• 가위 잡은 면장, "받은 사랑 돌려드리는 중"
  • “갑자기 시작된 봉사의 길”… 가위 잡은 지 12년
  • 노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이발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허남원 강원 양구군 국토정중앙면장 양구군 제공
    노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이발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허남원 강원 양구군 국토정중앙면장. 양구군 제공

    “지금까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어 가위를 들었습니다.”

    한 지방자치단체 공직자가 12년 동안 어르신들에게 이발 봉사를 해오며 따뜻한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주인공은 허남원(58) 강원 양구군 국토정중앙면장이다.

    허 면장이 이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1년 가을이었다. 이발소 앞을 지나던 중 갑자기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머리를 깎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품었던 ‘봉사하는 삶’을 실천할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그 후, 그는 서울 영등포에 있는 이·미용학원 주말반에 등록해 이론과 실습 교육을 병행하며 이용사 자격증을 준비했다. 허 면장은 “평소 아이들에게 ‘남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주 말해왔기 때문에, 이발 봉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지지해 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과 학습을 동시에 해야 했고, 양구에서 학원까지의 거리가 멀어 매주 토요일마다 6시간 이상의 시간을 이동에 할애해야 했다. 그는 주중에도 퇴근 후 한두 시간씩 꾸준히 기술을 연마하며 노력했다.

    2012년, 마침내 자격증을 취득한 허 면장은 이발 도구를 챙겨 양구의 한 노인요양원을 찾았다. 그 이후로도 주말을 이용해 월 1~2회씩 이발 봉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의 손길을 거친 어르신은 약 1000명에 달한다.

    허 면장이 봉사를 지속하는 이유는 ‘의무감’과 ‘책임감’이다. 그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발이라서 작게나마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누구나 봉사를 시작하면 그 기쁨을 알게 되고, 다시 봉사 현장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봉사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발을 하면서 그는 어르신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며 적적함을 달래 드리기도 한다. 허 면장은 “시설에 계신 노인 분들은 대부분 말씀이 적으시다”며, “저도 말이 없는 편이지만 말벗이 되어 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고 했다.

    허 면장은 본업에도 충실하다. 2년 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민원봉사대상을 포함해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2년 뒤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허 면장은 이발 봉사에 전념하며 노후를 보낼 계획이다. 그는 “어르신들이 머리를 깎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즐겁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난다. 퇴직 후에도 지금 하는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 글쓴날 : [24-08-28 02:44]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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