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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상이미지(제공=케어룸의료산업) |
1장. 밤의 사고
겨울이 막 시작되던 11월의 어느 밤, 아리랑요양원의 간호조무사 지민은 조용한 야간 근무 중 한 입소 어르신의 호출벨을 들었다. 2층 203호 김정자 어르신, 올해 88세. 중증 치매와 파킨슨 병을 함께 앓고 있는 정자 어르신은 최근 낙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문을 열자, 정자 어르신은 침대 아래 바닥에 누워 계셨다. 머리에는 혹이 올라와 있었고, 입술은 바르르 떨렸다. 지민은 즉시 간호팀장에게 연락했고, 119가 도착하기까지 10분 동안 어르신 곁에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응급 후송 후 정자 어르신은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그날, 지민은 결심했다.
“우린 이 침대, 꼭 바꿔야 해요. 더 이상 낙상이 반복되게 할 순 없어요.”
2장. 230만 원의 벽
다음 날 회의. 간호팀장, 시설장, 사회복지사, 사무국장이 모였다. 현장에서는 “초저상침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존 침대는 침대 바닥에서 60cm 이상 높이였고, 야간 중 착란 상태의 어르신들이 쉽게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었다.
시설장: “장기요양 수가로는 이 침대를 사는 건 어렵습니다. 1대 230만 원이에요.”
사회복지사 은영: “그렇다면, 후원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지역 기업 중에 요양시설 후원에 관심 있는 곳이 있었죠.”
시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3장. 후원의 문을 두드리다
사회복지사 은영은 ‘한울복지재단’과 ‘푸른나눔약국’, 지역의 '시민신협' 등 총 3곳을 선정했다. 그리고 정자 어르신의 사례를 바탕으로 후원제안서를 작성했다.
은영은 직접 후원처를 방문하며 설득했다. 정자 어르신의 사진과 손글씨도 함께 전달되었다.
“제가 넘어졌을 때, 너무 아팠어요. 높은 침대가 무서워요. 낮은 침대에서 자고 싶어요.”
4장. 뜻이 모이다
3주 후. '시민신협'에서 연락이 왔다.
“저희가 초저상침대 1대를 기증하겠습니다. 정자 어르신께 꼭 전달해주세요.”
시설 전체가 들썩였다. 후원 감사패를 준비했고, 내부에서는 감사 이벤트도 열렸다. 후원자의 요청으로 정자 어르신의 침실에는 작은 플래카드가 걸렸다.
“당신의 밤이, 조금 더 안전하길 바랍니다. 시민신협이 응원합니다.”
5장. 작은 높이의 기적
설치된 그 날, 정자 어르신은 처음으로 스스로 침대에 앉았다. 높이 15cm, 그녀의 작은 발이 바닥에 닿았다.
그 밤, 지민은 회진을 돌다 정자 어르신 방 앞에서 잠시 멈췄다. 조용한 숨소리와 함께 안정된 자세로 잠들어 있는 어르신의 모습. 전날보다 한 뼘 가까워진 안전.
“단 230만 원이지만, 이건 생명을 지키는 장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