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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노인요양시설 이미지(이미지=Gemini) |
A씨는 수년간 정성껏 운영해온 노인요양시설을 B씨에게 매도하기로 했다. 은퇴 후의 삶을 꿈꾸며 시설을 깨끗이 정리하던 A씨는 이제 모든 서류를 넘기고 등기까지 완료하며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새로운 주인이 된 B씨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시설을 새롭게 단장하고 개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모두가 순조로운 마무리를 기대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깨졌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방문조사에 나선 것이다. A씨가 시설을 운영하던 매도 절차 종료 직전에 노인학대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A씨는 이미 매도한 시설의 일이라며 당황했고, B씨는 아직 정식 개원 전인데 뜬금없는 조사에 아연실색했다.
조사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해당 사례를 노인 학대로 최종 판정했다. 뒤이어 관할 지자체에서는 이 요양시설에 대한 행정처분 명령을 예고했다. 업무정지 6개월의 엄중한 처분이었다.
그런데 이 처분의 칼날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향했다. 처분을 받은 주체가 바로 새로운 매수인인 B씨였다.
B씨는 "이건 A씨가 운영할 때 발생한 일인데 왜 제가 처벌을 받습니까?"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은 냉정했다. 바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의4(행정제재처분 효과의 승계) 조항 때문이었다.
이 법은 장기요양기관이 부당청구 등 위반 행위로 행정제재처분을 받으면, 그 처분의 효과가 처분일로부터 3년간 양수인에게 그대로 이어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그 절차를 양수인에게 이어서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혹시 있을지 모를 편법적인 명의 변경을 통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조항이었다. 노인 돌봄의 공공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설 자체에 대한 처분은 소유권 변경과 무관하게 승계되는 것이다.
B씨가 처분의 효력을 면하려면, 시설을 인수할 당시 이러한 노인 학대 위반 사실이나 관련 처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사건이 공론화되고 조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몰랐다'고 주장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A씨가 B씨에게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렸어야 하는 고지 의무도 있었지만, 이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결국 B씨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될 위기에 처했다. 새로 시작하려던 요양원 운영은 시작부터 큰 난관에 부딪혔고, 막대한 재정적 손실과 함께 이미지 손상까지 감당해야 했다.
이 사례는 장기요양기관을 인수할 때 과거의 행정처분 이력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이거나 잠재된 모든 위반 사실에 대해 철저하게 확인하고 검증하는 '실사(Due Diligence)'가 얼마나 중요한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등기 서류가 넘어가는 것을 넘어, '책임의 연속성'이라는 법의 엄중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