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보호사협회, "수급자 서명 의무화는 인권 침해, 즉시 폐지하라!"
  • 건보공단, 문제 해결 노력 화답
  • 고재경 협회장과 공단 실무자들간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장면
    고재경 협회장과 공단 실무자들간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장면

    대한요양보호사협회(회장 고재경, 이하 협회)는 6월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을 찾아가 '수급자 서명 의무화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단 장기요양이사와 면담을 진행했으며, 장기요양실장이 배석했다. 이는 공단이 6월 23일부터 개편된 '스마트 장기요양 앱'을 통해 모든 수급자의 서명을 의무화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개편 앱, 현장의 '서명 불가' 현실 외면
    공단이 개편한 '스마트 장기요양 앱'은 요양보호사가 서비스를 마친 후 수급자의 서명을 필수로 받도록 했다. 기존 앱에서는 서명이 불가능할 경우 '서명생략'이 가능했고 별도의 후속 조치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개편 앱은 '서명생략' 시 기록지에 별도로 서명을 받아 보관하도록 강제했다. 사실상 모든 수급자에게 서명을 의무화한 것이다.

    협회는 이러한 조치가 돌봄 현장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요양보호사와 돌봄을 받는 수급자의 인권을 동시에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장기요양 수급자 중 상당수가 와상 상태, 중증 치매, 의사소통 능력 저하, 문맹 등으로 인해 자필 서명이 불가능하며, 보호자 또한 출근이나 원거리에 있어 대리 서명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서명을 의무화하는 것은 요양보호사에게 수급자의 인권을 침해해 강제로 서명을 받거나 본인이 대필하는 불법적인 행위로 내몰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회복지사 업무 과중 및 돌봄의 질 저하 우려
    협회는 개편 앱이 사회복지사의 업무수행일지 기록 범위를 대폭 늘리고 현장 전송을 요구하여, 사회복지사가 어르신 돌봄보다는 앱 입력에 집중하게 되어 돌봄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현행대로 현장에서 수급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욕구를 수렴하여 돌봄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현장 대표들의 성토, 공단은 "문제 해결 노력"
    이날 간담회에는 전국에서 재가센터장과 요양보호사 대표 12명이 참석하여 이번 공단의 조치가 현장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참석한 장기요양실장은 "이번 앱 개편은 시행규칙에 명시된 내용을 앱에 구현한 것"이라며, "오늘 제기된 문제 해결을 위해 소관 부처와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재경 협회장은 "공단은 요양보호사와 요양기관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는지 성찰하길 바란다"라며, "모든 수급자에게 강제로 서명을 받도록 하는 조치는 요양보호사와 돌봄을 받는 어르신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즉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협회 임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협회 임원들이 건보공단을 방문하여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다음은 이 협회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요양보호사와 어르신의 인권을 동시에 침해하는
    수급자 서명 의무화를 즉시 폐지하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2025년 6월 23일부터 시행하고자 ‘스마트 장기요양 앱’을 새롭게 개편하였다. 그러나 개편된 앱은 돌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모든 수급자의 서명을 의무화하여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와 돌봄을 받는 수급자의 인권을 동시에 침해하고 있다.

    장기요양 수급자의 상당수는 와상 상태, 중증 치매, 인지기능 저하, 문맹 등으로 인해 자필 서명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으며 보호자는 대부분 출근 또는 원거리에 있어 보호자 대리 서명을 받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공단은 지금까지 ‘서명 생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운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앱 개편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반드시 서명을 받도록 하였다. 한마디로 서명을 받을 수 없는데 무조건 받으라고 강제한 것이다. 공단의 방침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요양보호사가 강제로 수급자의 손을 잡고 요양보호사의 힘으로 서명을 받거나 원거리에 사는 보호자를 찾아가 서명을 받아와야 하는데, 이것이 진정 공단이 원하는 장기요양 관리 방침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번 앱 개편은 요양보호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내몰고 있어 더 큰 문제가 된다. 요양보호사가 수급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본인이 서명을 대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는 요양보호사의 노동 인권(Human Rights at Work), 즉 공정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에서 일할 권리, 불필요한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업무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을 권리 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요양보호사의 노동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닌 인간의 삶과 존엄을 지탱하는 돌봄의 실천이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의 실현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정책과 제도는 인권 기반 접근(Human Rights-Based Approach, HRBA)에 근거하여 투명성, 참여성, 책무성, 비차별성, 존엄의 원칙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또한, 이번 앱 개편에서 사회복지사의 방문 업무수행일지 기록의 범위를 대폭 늘리고 현장에서 전송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게 하였다. 이는 방문 시간 내내 돌봄 대상자에 대한 집중이 아닌 핸드폰만 쳐다보고 기록하는 데 집중하게 한 것이다. 사회복지사의 방문 주 업무는 수급자와의 상담을 통해 서비스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수급자의 상태를 자세히 살피며 수급자의 욕구를 잘 수렴하여 계획에 반영하는 일이다. 그런데 개편된 앱은 본연의 업무 수행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공단 직원은 아무 글자나 간단하게 체크하고 사무실에 복귀하여 보강하라고 안내하였다고 한다. 이는 공단 직원도 앱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시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 공단은 수급자 서명 의무화 조치를 즉각 폐지하라!

    하나, 사회복지사 방문 업무수행일지 현장 전송 방침을 즉각 개선하라!

    공단은 이번 앱 개편을 추진하면서 현장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고, 사전 교육도 대부분 하지 않고 극히 소수 지역만 실시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스마트 장기요양 앱 가이드’를 6월 20일(금)에야 공단 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렸다. 공단은 현장과 소통 대신 내리 먹이기식 일방통행으로 앱 개편을 추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고 토요일 일요일에 모두 출근하여 전전긍긍하는 풍경을 연출하게 하였다.

    공단은 요양보호사와 요양기관을 대함에 있어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지 않았는지 심각하게 성찰하기를 바란다. 감시와 통제를 편하게 하려고 불필요한 업무를 만드는 대신 현장에 대한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실질적 돌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는 제도 설계에 집중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이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선언한다.

    2025.  6.  23.
  • 글쓴날 : [25-06-23 16:50]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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