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에서 마음까지, 돌봄의 길
  • 피부관리사에서 백세운동강사로, 인생 2막을 시작하다
  • 홍가영
    어르신을 행복하게 만들어드리는 예비사회복지사 홍가영

    글. 홍가영

    대학에서 운동상해를 전공하고 스포츠마사지를 배웠던 저는, 청춘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스포츠센터에서 매일이 전쟁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그때, 저는 제가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했습니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시작된 육아의 터널은 저를 ‘엄마’라는 이름 속에 가두어 버렸고, 제 이름 석 자는 점차 빛을 잃어갔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기저귀 갈기와 젖병 소독, 아침부터 밤까지 온통 아이만을 위한 무채색의 날들이었습니다. 거울 속 제 모습은 초췌했고, 활기 넘치던 예전의 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저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친정어머니께서 제게 한 줄기 빛과 같은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애들은 내가 볼 테니, 너는 나가서 일 좀 해라." 그 따뜻한 한마디에 이끌리듯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때 문득 대학 시절 잠시 스쳐 지나갔던 ‘피부관리’라는 단어가 마음 한편에 떠올랐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이었지만, 저는 그 희미한 빛을 붙잡았고, 그렇게 피부관리사의 길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꼼꼼한 손길과 타고난 감각으로 고객들의 지친 피부를 어루만지며, 어느덧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습니다. 수많은 얼굴을 마주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동안, 저는 어느새 숙련된 전문가이자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상담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삶에 또 한 번의 깊은 균열이 찾아왔습니다. 항상 강하고 든든했던 친정어머니께서 조금씩 기억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저는 마치 제 삶의 중심이 통째로 흔들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막막함과 동시에 ‘나 또한 언젠가는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자연스럽게 노인복지에 깊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어머니를 돌보듯 이 사회의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에 마음이 이끌렸습니다. 그렇게 건강보험공단의 백세운동강사 과정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햇살 한 줌 보지 못한 채 피부샵 안에 갇혀 지내며 시들어가는 듯했던 저는, 이제는 환한 햇빛 아래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웃고, 움직이며, 숨을 쉽니다. 주름진 손을 잡고 함께 옛 노래를 부를 때면, 제 마음속에서도 다시금 따스한 꽃 한 송이가 피어남을 느낍니다. 처음 요양원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들의 지친 눈빛과 움츠러든 어깨를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제 손이 닿는 순간, 그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제 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주실 때의 그 감동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정성껏 손을 잡고 부드럽게 팔을 주무르며 안부를 묻는 동안, 어르신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마음을 열어 보이셨습니다. 

    거친 피부를 만져드릴 때면,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제 손끝으로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저 피부를 가꾸는 손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환하게 밝히는 손으로 변해가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스킨십을 통해 전해지는 따스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교감을 만들어냈고, 어르신들의 행복한 미소는 저에게 큰 기쁨이자 보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피부관리 관련 테마로 전문가를 파견하여 어르신들을 위한 방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특히 여성 어르신들이 잃어버렸던 여성성을 되찾고 자존감을 높여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하루를, 그리고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오늘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어르신들의 마음에도 환한 꽃이 피어나기를, 그리고 그 꽃들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를 소망합니다.

  • 글쓴날 : [25-06-30 00:22]
    • 편집국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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