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을 앓던 고령의 입소자에게 충분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지 않아 방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요양원 시설장과 운영 법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들은 항소심에서 혐의를 벗게 됐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성희 부장판사)는 지난 4월 3일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요양원 시설장)와 사회복지법인 B(운영 법인)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각 벌금 200만원)을 파기하고 각 무죄를 선고했다(2023노426).
이 사건의 발단은 2021년 3월, 강원 양양군에 위치한 'C 요양원'에 입소한 파킨슨병 환자 피해자 E(남, 74세)씨에게서 비롯됐다. 검찰은 시설장 A씨가 2021년 3월 8일부터 17일까지 약 10일간 피해자에게 충분한 영양 및 수분 공급을 소홀히 하여 영양 및 수분 부족에 의한 고나트륨 혈증 진단을 받게 하는 등 기본적 보호를 소홀히 한 방임 행위를 했다고 보고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운영 법인인 사회복지법인 B도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원심 재판부인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은 피해자가 요양원 입소 후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고 고나트륨 혈증 진단을 받은 점, 피고인들이 충분한 영양 및 수분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신빙하기 어렵고 관리 감독 자료도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노인복지법상 형사처벌 대상인 '방임행위'가 유기행위나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에 준하는 정도의 피해를 노인에게 주는 행위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한, 방임의 고의가 인정되려면 노인에게 필요한 보호 및 치료를 인식하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들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피고인 A씨가 피해자 E씨에 대한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했거나 그러한 방임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피해자가 고령의 파킨슨병 환자로 연하장애(삼킴 곤란)가 심해 식사 제공에 어려움이 컸던 점 ▲요양원에서 피해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유동식 형태의 '뉴케어'와 '데이밀'을 직접 떠먹이는 방식으로 제공했으며, 이는 흡인성 폐렴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였던 점 ▲제공된 1일 총 열량이 중증 노인에게 부족하거나 기준에 미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밤 시간 식사 공백이 있었으나, 피해자가 이른 시간 취침하고 흡인성 폐렴 우려로 취침 중 음식물 제공이 부적절할 수 있으며, 야간 순찰 및 기저귀 교체 등 보호가 이루어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제공된 돌봄 서비스가 다른 중증 입소자들과 유사한 수준이었고 특별히 소홀한 점이 없었던 점 ▲피해자의 건강 악화와 고나트륨 혈증이 피고인들의 방임행위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다른 요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CCTV 영상에서도 요양보호사들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