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학대 용어의 오류
  • 낙인효과를 예방하는 올바른 용어정립 필요하다
  • 호서대학교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김원천
    호서대학교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김원천

    노인학대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점차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학대가 발생하는 장소에 따라 통상적으로 ‘가정학대’와 ‘시설 학대’라는 용어로 분류하는데, 여기에는 장소의 구분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시설 학대’라는 표현이 주는 사회적 함의와 부정적 프레임은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시설 학대’라는 용어는 해당 시설이 전체적으로 학대를 주도하거나 조직적으로 가담했음을 암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학대 사례는 개별 종사자의 일탈이나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일 종사자의 행위가 곧바로 그 시설 전체의 잘못으로 일반화되고, 해당 시설이 마치 근본적으로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취급받는 것은 사실상 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기관에 근무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다른 종사자들에게도 부정적인 낙인과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시설 학대’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통용될 때, 전체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문제도 큽니다. 이는 노인복지 현장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시설 운영에 필요한 신뢰와 지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시설이 노인의 안전과 존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많은 종사자들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일탈로 인한 ‘시설 학대’라는 라벨이 전체를 대표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한, 우리는 학대가 일어난 위치만으로 명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학대 행위의 주체와 그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용어를 채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설 내 학대’나 ‘시설종사자에 의한 학대’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면, 해당 사건이 특정한 주체에 의해 발생했음을 명확히 밝힐 수 있고, 전체 시설이 집단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는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잘못된 용어 선택 하나가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인식 확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노인 학대 사례가 발생했을 때는, 개별적 책임과 구조적 원인을 정확히 구분하고 재발 방지 대책에 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단적 처벌과 낙인은 실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자정 노력을 위축시키고 현장 종사자들의 소진과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단일 사건이 전체 기관이나 구조를 대변할 수 없음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노인 복지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데 불필요한 혼란과 불신만 생성할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학대가 발생한 공간을 명확히 언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학대 행위의 주체와 책임을 정확하게 밝히는 용어 사용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선량한 시설 및 종사자들이 부당한 비난을 받지 않고, 우리 사회가 노인학대라는 문제를 훨씬 객관적이고 생산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바른 용어 선택이 곧 더 성숙하고 건강한 노인복지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임을 강조합니다.


  • 글쓴날 : [25-08-11 20:37]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 다른기사보기 김호중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