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5월 30일, 요양원 입소자의 낙상 사고와 관련해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2023나35208 손해배상). 법원은 요양원 운영자 H씨에게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K요양원에 입소해 있던 고(故) A씨의 가족들이 요양원 운영자 H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이다. 쟁점은 두 차례 발생한 낙상 사고였다.
첫 번째 사고는 2018년 9월 발생했다. 입소자 L씨가 A씨를 밀어 넘어뜨려 A씨가 대퇴골 경부골절을 당한 것이다. 두 번째 사고는 2021년 3월 일어났다. A씨가 가족 면회를 기다리던 중 휠체어에서 일어나려다 넘어져 대퇴골 인공관절 주변 골절을 입었다.
A씨의 가족들은 요양원이 중증 치매 환자인 L씨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휠체어 낙상을 방지할 주의의무도 소홀히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요양원 운영자에게 모든 입소자를 1대1로 상시 관리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요양보호사 1인당 2~3명의 입소자를 담당한 수준은 법적 기준 위반이 아니었다. 또한, 사고를 일으킨 L씨가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A씨와 L씨 간 말다툼으로 발생한 우발적 사고를 요양보호사가 미리 예견하거나 제지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요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고 경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입소자가 휠체어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돌발 행동을 상시 예측하고 감시해야 할 법적 의무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원고 측은 휠체어나 시설물의 하자, 예방 조치 미비 등을 입증하지 못했다.
법원은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범위를 현실적으로 제한적으로 본 사례다. 특히 모든 돌발적 사고에 대해 시설 측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병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장기요양기관들이 입소자 간 마찰이나 예기치 못한 돌발 행동에 대한 관리 매뉴얼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