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로 추진되며, 불법 의료기관(사무장 병원)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 논의가 장기요양기관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수사 기간을 11개월에서 3개월로 대폭 단축해 불법 행위자의 재산 은닉을 막고, 부당이득을 신속하게 환수하기 위함이다. 지난 14년간 사무장 병원으로 인해 발생한 부당이득 환수 결정액은 무려 3조 4천억 원에 달하지만, 실제 징수율은 7%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사경 도입은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를 지키는 데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요양기관 관계자들은 이 제도가 장기요양 현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깊은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은 단순 영리 목적의 의료기관과 달리, 어르신들의 삶의 터전이자 사회복지시설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특사경, 장기요양기관에겐 위협일까
현재 장기요양기관의 부당 청구는 현지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는 기관이 소명할 기회를 보장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특사경이 도입되면 이러한 절차 없이 즉각적인 형사 수사가 가능해진다.
이는 자칫 사소한 행정적 실수까지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장기요양기관의 업무는 복잡하고 방대하여 서류 한 장, 절차 하나라도 놓칠 경우 부당 청구로 오해받을 소지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사경의 칼날이 장기요양 현장을 향한다면, 현장 종사자들은 과도한 심리적 부담과 불안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박병철 변호사는 "장기요양기관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 공간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생활 터전입니다. 형사 수사 방식의 접근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여 돌봄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을 존엄하게 모셔야 할 공간에 단속과 처벌 중심의 시선이 드리워진다면, 이는 결국 돌봄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물론 부정 청구를 근절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그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장기요양기관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고령자 돌봄에 헌신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에 대한 일방적인 단속 강화는 오히려 현장을 위축시키고,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 제공을 방해할 수 있다.
부정 청구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행정적 실수를 줄이기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하거나, 현장 종사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수가를 현실화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특사경 도입은 분명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장기요양기관에까지 확대 적용될 경우, 그 파급 효과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