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수진 (선재노인복지요양기관 시설장 / 마창진돌봄 사회적협동조합)
2025년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도쿄 지역 내 요양시설과 복지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된 제27차 국제시니어케어협회 주관 노인보건복지 직무역량 강화 연수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번 연수는 단순한 견학이나 정보 수집을 넘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돌봄의 방향과 제도적 비전, 그리고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케어 시스템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고착된 운영에서 성장의 기회로”
2009년부터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선재노인복지요양기관을 운영하시는 박영희 대표님과 함께, 저는 2013년부터 시설장으로서 기관을 함께 이끌고 있습니다.
수급자 수의 안정적 증가, 정기평가에서 매회 최우수기관 선정 등 외형상 무리 없는 운영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2024년 정기평가를 계기로 기관이 일정한 틀에 고착화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재가서비스의 한계, 수급자 케어의 복잡성, 종사자의 업무 과중 등 여러 요인 앞에서 기관의 전문성과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차, 국제시니어케어협회 정청인 사무총장님의 안내로 이번 일본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연수를 통해 일본의 지역사회포괄케어 모델을 직접 목격하면서, 우리나라 장기요양제도의 변화 방향과 함께 마창진돌봄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사회 복지안전망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날(10월 8일) – 요코스카 '우미랜드'에서 만난 돌봄의 다양성
연수 첫날에는 요코스카에 위치한 ‘우미랜드’ 데이케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 센터는 일일 최대 350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형 기관으로, 어르신들이 각자 원하는 재활, 운동,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요양시설을 넘어, 이동형 마트, 푸드트럭, 빨래방 등 지역사회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어르신의 자립을 돕고 지역 상생을 실현하고 있었습니다.
‘돌봄’이란 결국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환경’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 현장이었습니다.
둘째 날(10월 9일) – HCR 국제복지기기전에서 본 기술의 미래
둘째 날에는 도쿄에서 열린 HCR 국제복지기기전을 찾았습니다. 실버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박람회였습니다.
특히 IOT 기반의 이상지킴이 솔루션은 침상에서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수면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알림을 보내주는 기술로, 와상 어르신을 돌보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보였습니다.
또한 반려로봇, 입욕보조기기, 이동기기 등 첨단 복지기기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으며,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상담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장비들이 빠르게 도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조하는 데 얼마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체감한 날이었습니다.
셋째 날(10월 10일) – '준세이엔'에서 느낀 생명의 존엄
연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정은 후생성 평가 1위 기관인 ‘준세이엔’ 요양시설 견학이었습니다.
“진정한 복지는 생명의 존엄을 알고, 인격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운영 철학 아래, 이곳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켜주는 기관이었습니다.
‘개호식’이라 불리는 연하식(嚥下食)은 어르신이 입으로 드실 수 있도록 식감을 유지한 상태에서 만든 음식으로, 쥰세이엔의 노하우가 전국으로 확산되어 복지기업들이 이 모델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무라 교수님의 직원 교육 철학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원들이 일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연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직원 평균 연령이 26세에 이른다고 합니다.
젊은 인력이 복지 현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매우 인상 깊었고, ‘교육은 곧 복지의 질’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넷째 날(10월 11일) – 한일케어세미나 및 기관 업무협약
연수 마지막 날에는 한일케어 세미나와 함께 기관 간 업무협약 체결식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개호보험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동안의 궁금증을 질문하며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습니다.
참여 기관 간의 협약을 통해 향후 지속적인 정보 공유와 네트워크 협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점도 큰 성과였습니다.
연수를 마치며 – 통합 돌봄의 미래를 향해
이번 일본 연수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일본의 개호 모델과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 개편 방향이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살던 곳에서 다양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3차 개정 목표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와 맞닿아 있습니다.
저희 마창진돌봄 사회적협동조합은 앞으로도 선재노인복지요양기관과 함께, 차별화된 통합 돌봄 서비스와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의료·요양·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미래형 돌봄 모델을 선도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을 토대로 방문목욕서비스의 전문성 강화, 통합지원법 개정 대비 교육 체계 수립, 현장 중심의 운영 매뉴얼 확립 등을 통해 지역사회를 위한 건강한 돌봄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