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냐, 거래 조건이냐”…CJ프레시웨이 ‘수상한 기부금’
  • KBS 보도로 드러난 ‘기부금의 대가성’ 의혹

  • 대기업의 대규모 기부 행위가 ‘사회공헌’이 아닌 ‘판촉수단’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J그룹 계열 식자재 유통업체인 CJ프레시웨이가 복지시설에 납품 조건으로 ‘기부금 지급’을 약속하고 이를 이면 계약 형태로 진행했다는 내용이 KBS 단독 보도를 통해 공개되며, 기부의 윤리성과 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식자재 납품하면 매출의 5% 기부"…조건부 기부 의혹

    KBS는 지난 10월 보도를 통해, 서울의 한 노인요양원을 포함해 전국 480여 개 복지시설에 대해 CJ프레시웨이가 식자재 납품을 진행하면서, 매출액의 일정 비율(5%)을 ‘기부금’으로 제공한 사례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한 요양원에는 4년간 32억 원 상당의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약 8억 원의 기부금을 지급한 정황이 확인됐다. 납품 계약 기간에만 기부금을 제공하며, 일부 시설에서는 사전에 이 같은 조건을 공문이나 계약서로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CJ프레시웨이 내부 관계자 역시 KBS에 "식자재 납품을 유도하기 위해 기부금을 활용했다"고 직접 증언했다.

    기부인가, 거래인가…법적 논란 불거져

    문제는 이러한 기부 행위가 기부금품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부금품법은 기부금이 “대가나 조건 없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납품계약이라는 명백한 조건이 붙는 경우 기부가 아닌 ‘거래 대가’로 간주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CJ프레시웨이의 행위가 형법상 배임수증재죄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동기 세무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기부금 형태로 제공되면 수혜 기관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기업은 사회공헌 이미지를 확보하게 된다”며 “이는 이중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업 입장에서 일반적인 판촉비나 접대비는 회계상 명확한 비용처리 항목이지만, 기부금으로 위장되면 기업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비용 투명성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복지시설의 입장과 기부 윤리의 경계

    KBS 보도에 등장한 일부 요양기관과 복지관은 기부금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전했다. 한 관계자는 "계약하면 감사 표시로 기부금을 제공한다고 들었다"며, 기부가 계약 조건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복지시설의 자율성과 윤리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병철 변호사는 “기부의 형식을 띠고 있더라도 본질이 ‘거래의 대가’라면, 해당 기업과 기관 모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공공성 높은 요양시설이나 복지기관이 납품 계약을 통해 특정 기업에 의존하거나 불공정한 거래 구조에 노출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어르신 등 취약계층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은 크다.

    "다들 하니까 안 할 수 없었다?"…관행이라는 변명

    CJ프레시웨이는 KBS 측에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며, 경쟁 업체들도 대부분 기부 조건을 내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행’이라는 이유로 위법성을 덮을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 회계 전문가는 “복지시설이라는 약한 고리를 통해 기부금 형태의 마케팅을 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기업의 행위로서 매우 부적절하다”며, “CJ프레시웨이가 ‘기부왕’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해온 만큼, 그 책임도 무겁다”고 말했다.

  • 글쓴날 : [25-10-24 01:02]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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