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고 특집] 가정집 화장실 낙상사고... 법원 "요양보호사 책임 70%"
  • 법원, 요양보호사 과실 100% 확인서, 법적 구속력 없어

  • 장기요양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안전사고인 '낙상'.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던 중 수급자가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었다면 그 배상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최근 법원은 요양보호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수급자의 기왕증(기존 질병)과 과실 비율을 엄격히 따져 배상액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부산지방법원 민사부(재판장 이광영)는 2024년 1월 17일, 수급자 A씨(원고)가 B보험사(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2022나67982)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건의 개요, 물기 남은 화장실에서의 사고

    사건은 2020년 5월 발생했다. 거동이 불편했던 70대 수급자 A씨는 자택에서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에서 나오던 중, 물기가 남아 있던 바닥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좌측 대퇴골 전자간 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 및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A씨 측은 요양보호사의 과실을 주장하며 기왕치료비, 향후치료비, 개호비(간병비), 위자료 등을 포함해 약 2,100만 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쟁점 1.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과 제한

    재판부는 우선 요양보호사가 바닥이 미끄러운 화장실에서 거동이 불편한 수급자를 제대로 부축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고, 보험사의 배상 책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책임의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고령으로 사고 전부터 거동이 불편했던 점 등 기왕증이 손해 확대에 30% 기여했다고 판단해 이를 공제했다. 또한 ▲원고가 비록 거동이 불편하나 스스로 균형을 잡기 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점을 들어 요양보호사 측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고 직후 요양보호사가 작성한 '사실확인서'에 대한 판단이다. 원고 측은 "요양보호사가 본인의 과실 100%를 인정하는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는 사과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일 뿐, 법원이 이에 기속되어야 할 근거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쟁점 2. 향후치료비 및 개호비 산정의 엄격성

    배상 액수 산정에 있어서도 법원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원고는 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매월 지속적인 치료비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신체감정 결과 "사고로 인한 치료는 이미 종결된 상태"라는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향후치료비 청구를 기각했다.

    개호비(간병비) 역시 감액되었다. 원고는 60일간 하루 16시간의 간병이 필요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고 이후 상태와 입원 환경 등을 고려하여 '사고 후 60일간, 1일 8시간(성인 1인)'의 개호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기왕치료비와 인정된 개호비에서 기왕증 기여도(30%)를 공제하고, 다시 책임 제한(70%)을 적용한 뒤 위자료 300만 원을 더했다. 여기서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 700만 원을 공제하여, 피고(보험사)가 원고에게 약 563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요양 서비스 중 발생한 사고라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전액 배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수급자의 신체 상태와 구체적인 입증 자료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에서 배상액이 결정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 글쓴날 : [25-12-06 22:26]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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