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고 특집] 요양원 내 낙상사고가 부른 뇌경색 악화, 법원이 판단한 책임의 경계는?
  • 법원, 사고 후유증이 뇌경색 악화에 영향 주었다며 인과관계 인정

  • 장기요양기관 내에서 어르신 낙상사고가 발생해 기존 질병(기왕증)이 악화되었을 경우, 시설의 책임 범위와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법원은 요양보호사의 주의의무 소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어르신의 고령과 기존 질병 상태를 감안해 배상 책임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치료비의 공제 방식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2013년 10월, 경미한 치매로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던 80대 어르신 A씨에게 발생했다. 담당 요양보호사가 점심 식사 후 식기류를 정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씨가 홀로 이동하려다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A씨는 수술 후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이듬해 뇌경색 진단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에 센터 측 보험사는 이미 지급한 보험금 외에 추가적인 손해배상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유족들과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재판의 첫 번째 쟁점은 A씨에게 발병한 뇌경색이 이번 낙상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였다. 보험사 측은 기존 질병의 자연적인 악화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전지방법원 재판부는 비록 낙상사고가 뇌경색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은 아닐지라도, 고령인 A씨가 수술 후 장기간 와상 상태로 재활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체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뇌경색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센터의 책임을 제한하는 판단을 내렸다. 우선 재판부는 A씨가 뇌경색을 앓고 있었고 고령이었다는 '체질적 요인', 즉 기왕증이 손해 확대에 기여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사고 이후 발생한 손해액 중 50%를 기왕증에 의한 것으로 보아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요양보호사가 식기 정리를 위해 부득이하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씨 스스로 이동하려다 사고가 난 점 등을 고려하여, 과실상계 법리에 따라 센터의 배상 책임을 전체 손해의 70%로 제한했다.

    손해배상액 산정 과정에서는 중요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2다50149)의 법리가 적용되었다. 법원은 총 발생 치료비에서 기왕증 부분을 감액한 후의 손해액을 먼저 산출했다. 그러나 여기에 센터의 책임비율 70%를 적용한 금액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미 부담한 급여액보다 적게 계산되었다.

    법원은 "보험급여가 이루어진 경우, 전체 손해액에서 먼저 과실상계를 한 후 공단 부담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원칙을 따랐다. 이 계산 방식에 따르면 유족들이 센터에 추가로 청구할 수 있는 치료비 손해액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반면 간병비와 위자료는 인정되었다. 간병비는 기왕증 감액과 책임비율 70%를 모두 적용하여 약 1,597만 원이 산정되었고, 위자료는 1,000만 원으로 결정되었다. 결국 법원은 이렇게 인정된 손해배상 총액에서 보험사가 이미 중간 지급한 금액과 센터의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후, 최종적으로 유족들에게 총 1,453만 4천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원고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다.

    이 판결은 요양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가 시설의 책임이라 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치료비는 시설이 배상해야 할 손해액에서 공제된다는 법리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실제 시설이 현금으로 부담해야 할 치료비는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 글쓴날 : [25-12-06 23:13]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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