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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관광복지재단 전인자 대표 |
오랜 시간 관광업을 운영하면서, 저는 '세상을 경험하는 기쁨'이 인간 삶의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몸소 깨달았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새로운 문화, 낯선 곳에서의 특별한 경험. 이 모든 것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곧 한 가지 깊은 질문에 봉착했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이 '세상을 경험할 권리'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는 왜 허락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저를 사회복지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관광업을 하면서 쌓았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얻은 전문성을 결합하여 저는 한 가지 특별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중증장애인이나 치매 노인을 위한 고가의 특수 개조 차량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차량으로는 휠체어에 의지하는 분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승하차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특수 리프트를 장착하고 내부 공간을 넓힌 차량을 직접 개조했습니다. 이 차량은 단순히 이동 수단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세상을 넓혀주는 차량'이었습니다. 평생 시설의 네 벽 안에서, 혹은 침대 위에서만 생활해야 한다고 여겨졌던 이들에게, 이 차량은 닫힌 문 밖의 세상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되어주었습니다.
휠체어를 탄 채 안전하게 차량에 올라탄 어르신과 장애인분들이 햇빛을 맞으며 바람을 느끼고, 낯선 길을 지나며 눈을 반짝이던 순간을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세상은 시설이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끝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순간 다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보호를 넘어 확장으로
현행 장기요양기관의 역할은 단순히 어르신을 '보호하고 돌보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관평가지침을 살펴보면, 요양기관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여가 활동을 제공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 때우기가 아닌, 어르신의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취미 활동, 문화생활 등 다양한 형태의 여가 활동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긍정적인 자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둘째, 지역사회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시설은 지역사회와 단절된 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역 축제 참여, 공원 산책, 지역 주민과의 교류 등은 어르신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돕습니다. 이는 곧 사회 통합의 중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셋째, 사회 적응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합니다. 주야간보호기관은 외부 활동을 통해 일상생활 능력과 사회적 기술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외출, 쇼핑, 외식 등의 활동은 어르신들의 잔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자립심을 키워줍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차량 개조에 드는 고가 비용, 안전 문제에 대한 부담, 인력 및 시간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장기요양기관이 이러한 외출 및 외부 활동 프로그램을 소극적으로 운영하거나 아예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이라는 명목 아래 어르신들의 '자유'와 '경험할 권리'가 희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정책과 기술의 혁신이 필요하다
어르신의 세상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시설의 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슬픈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책과 기술, 그리고 현장의 인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수 차량 개조 및 운영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안전하고 접근성이 높은 지역사회 시설 및 공공기관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안전을 보장하는 혁신 기술을 도입해야 합니다. 어르신의 외부 활동 안전을 보장하는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장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낙상을 예방하는 스마트 보조 기구나 배회하는 치매 어르신의 위치를 추적하는 첨단 기술 등을 활용하여 외부 활동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돌봄'의 정의를 확장해야 합니다. 돌봄은 단순히 신체적, 위생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어르신의 심리적, 사회적 욕구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시설 종사자들은 어르신의 삶의 질 향상과 자아실현을 돕는 '삶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저는 고가의 차량을 개조하며 어르신들의 닫힌 세상을 여는 데 작은 기여를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장기요양기관이 어르신의 이동권과 사회 참여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어르신들의 세상의 끝은 시설의 벽이 아닙니다. 활기차게 열린 세상, 그곳이 바로 그들의 삶이 계속되는 곳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과 연결되어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