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인건비 표준가이드라인 도입 필요성 제기
  • "양성 부족이 아닌 정착 실패가 인력난의 본질"

  • 국민의힘 민생정책 발굴 의원모임 '정책과 미래'가 주최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법과 제도의 역할을 묻다' 토론회가 지난 1월 8일 국회에서 개최되어 장기요양 현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보호사 인력난의 근본 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기존의 인건비지출비율 규제를 넘어선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했다.

    현장의 구조적 문제점 진단
    석 교수는 현재 장기요양 현장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들을 지적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요양보호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老老케어'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무 환경 역시 열악하다. 불안정한 고용형태, 짧은 근속기간, 잦은 업무 단절 등이 요양보호사들의 직업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격증은 있지만 현장에 정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기존 규제의 한계와 새로운 대안
    현재 시행 중인 인건비지출비율 규제에 대해 석 교수는 명확한 한계를 지적했다. '인건비에 일정 비율 이상을 사용하라'는 단순한 메시지는 예산 누수 방지에는 효과가 있지만, 실질적인 임금 개선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회계비율 준수'라는 형식적 목표로 대체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규제는 장기요양기관의 규모화나 운영 선진화라는 공급정책 목표와 연계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석 교수가 제시한 것이 바로 '표준 인건비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임금정책의 차원을 넘어 공급체계 개편을 위한 규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표준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
    석 교수가 제안한 가이드라인은 다섯 가지 핵심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직무와 경력, 근무형태에 따른 명확한 표준임금표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요양보호사들이 자신의 경력과 역할에 상응하는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된다.

    둘째, 유급시간의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특히 방문요양의 경우 서비스 제공시간뿐만 아니라 이동시간, 기록작성, 교육, 회의, 대기시간 등 모든 업무 관련 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방문요양 종사자들의 소득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요소다.

    셋째, 최소 소득 안전판을 구축해야 한다. 보장시간 제도를 도입하고, 서비스 취소 시에도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며, 대체 배치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숙련도에 따른 경력 및 역할 체계를 만들어 장기근속을 유도해야 한다. 요양보호사들이 경력을 쌓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명확한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동기부여를 높일 수 있다.

    다섯째, 검증과 공시, 제재 시스템을 통한 투명성 확보 장치가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이 실제로 준수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위반 시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실효성이 담보된다.

    공급체계 재정비의 핵심 도구
    석 교수는 이 가이드라인이 방문요양 종사자들의 소득 불안정 문제를 직접 해결하면서, 동시에 영세하고 비효율적인 기관들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전체 공급체계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정상적인 운영의 최소 조건을 제도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하지 않은 영세 기관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안정적인 기관들은 더욱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양보호사 인력난의 본질은 '양성 부족'이 아니라 '정착 실패'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많은 요양보호사를 양성해도 현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탈한다면 인력난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석 교수는 "표준 인건비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처우개선 구호가 아니라, 장기요양 공급체계를 지속가능한 운영 구조로 재정렬하는 규제 설계"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첫걸음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국민의힘 '정책과 미래'에는 조은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 조정훈 교육위원회 의원, 이종욱 국토교통위원회 의원, 조승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 조지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의원, 한지아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한지아 의원은 토론회의 의미를 설명하며 "요양보호사는 돌봄 최일선에서 국민의 일상을 지탱하는 필수 인력임에도 그 역할에 상응하는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를 출발점으로 삼아 돌봄 종사자의 근로 가치를 제도적으로 재정립하고, 지속가능한 돌봄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미칠 영향과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가이드라인 제안이 장기요양 현장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 대안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방문요양 분야에서 만연한 '일한 시간만큼만 급여를 받는' 관행을 개선하고, 이동시간과 대기시간 등도 정당한 근로로 인정받게 될 경우 요양보호사들의 실질 소득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영세 기관들의 폐업 가속화 우려와 함께, 가이드라인 도입 시 재정 부담 증가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현장의 여건을 고려한 단계적 도입과 함께 영세 기관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정책 설계 과정에서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세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글쓴날 : [26-01-16 02:02]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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