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양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이 입소자의 비위관(L-튜브)을 재삽입하는 과정에서 위치 확인 없이 경관식을 주입해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법원은 요양원 운영자와 요양보호사들에게 1억 1,700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고, 유족들은 업무상과실치사와 노인학대 혐의로 형사 고소까지 제기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과실로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장기요양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선의로 시작된 불법 의료행위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2023년 6월 2일, G요양센터의 요양보호사는 근무 인계 과정에서 입소자의 비위관이 빠졌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그런데 이를 상부에 보고하거나 의료진에게 연락하지 않고, 동료와 함께 직접 비위관을 재삽입했다. 다음날 새벽, 위치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경관식을 주입했고, 입소자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비위관은 식도와 위를 거쳐 정확한 위치에 삽입돼야 하며, 잘못 삽입되면 기도나 기관지로 들어가 치명적인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삽입 후 반드시 청진이나 X-ray로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이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다.
요양보호사들은 아마도 '빠른 대처'가 입소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밤늦은 시간에 의사를 부르기 어렵고, 병원 이송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선의는 법적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한다. 의료행위는 자격과 권한이 명확히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유사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비단 G요양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간호조무사가 요양보호사에게 경관식을 구강 투여하도록 지시해 입소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각각 금고 8월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으면서도 법적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고, 요양보호사는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장의 인력 부족, 야간·주말 의료 접근성 제한, 비용 문제, 그리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장의 딜레마, 구조적 해결이 필요하다
장기요양 현장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매일 수많은 의사결정의 순간을 마주한다. 입소자의 상태가 급변하는데 간호사나 의사가 즉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 가족들의 병원 이송 거부, 야간 응급 상황 등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처벌만 강조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첫째, 의료행위의 경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비위관 삽입, 재삽입, 위치 확인은 모두 의료행위다. 요양보호사는 절대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의사나 간호사가 수행해야 한다. 이를 현장 교육을 통해 반복적으로 숙지시켜야 한다.
둘째, 응급 상황 대응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비위관이 빠졌을 때, 입소자가 급변했을 때 누구에게 연락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명확한 프로토콜이 있어야 한다. 협력 병원, 촉탁의, 간호사와의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셋째, 야간·주말 의료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촉탁의 제도를 강화하고, 원격 의료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며, 응급 이송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넷째, 종사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의료행위와 일상 돌봄의 경계, 응급 상황 대응법, 법적 책임에 대한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신규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다섯째, 기록과 보고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모든 특이사항은 즉시 기록하고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비위관 이탈, 욕창 발생, 낙상 등 모든 사건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향후 법적 분쟁 시 입증 자료가 된다.
처벌이 아닌 예방이 답이다
이번 사건으로 요양보호사들은 금전적 배상은 물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노인복지법상 노인학대로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무거운 대가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며,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다. 그들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하면서도, 명확한 역할과 한계를 인식하고 법적 경계를 넘지 않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선의가 범죄가 되지 않도록, 현장이 안전해지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