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칼럼] 요양원 AED 설치, ‘시설 의무’가 아닌 ‘국가의 책무’여야 한다
  • 종사자의 심폐소생술 헌신에만 기댈 것인가… 정부의 예산 지원이 유일한 해법

  •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장기요양기관은 어르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안산소방서가 발표한 통계는 우리 사회가 그 보루를 얼마나 부실하게 방치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영주 안산소방서장의 최근 기고에서 안산 지역 요양원 내 심정지 발생률은 매년 급증하여 2025년 기준 11.81%에 달했지만, 이를 되살릴 핵심 장비인 자동심장충격기(AED)는 142개 시설 중 단 한 곳에만 구비되어 있었다는 내용은 그 심각성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이러한 참담한 수치의 원인을 개별 요양시설의 의지 부족이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현행법상 요양원은 AED 의무 설치 기관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장기요양기관을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했음을 의미한다. 시설 운영만으로도 벅찬 민간 요양기관에 고가의 장비 구입 비용까지 오롯이 떠넘기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다.

    주목해야 할 점은 요양원 종사자들의 눈물겨운 헌신이다. 현장 교육을 통한 종사자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81.8%에 달한다. 장비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르신을 살리기 위해 맨손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계적인 압박만으로는 소생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골든타임 내에 심장 리듬을 정상화할 AED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종사자들의 노력은 그저 안타까운 시도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심정지 환자의 68.3%가 무수축 상태로 발견된다는 사실은 더 이상 시설의 주의 감독만을 강조할 단계가 지났음을 시사한다. 이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결단해야 한다. 요양원 내 AED 설치를 시설의 자율이나 부담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공공 안전 인프라 차원에서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집행해야 한다.

    정부는 즉각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요양시설을 AED 의무 설치 대상에 포함시키고, 설치와 유지 관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 역시 지역 어르신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소방서, 보건소와 협력하여 시설 내 안전 장비 보급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어르신들의 심장이 멈추는 위급 상황에서 종사자의 빈손에만 기대를 거는 것은 국가의 직무 유기다. 정부는 요양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장비 보급이라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통해 진정한 '효도 국가'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 생명 앞에 예산의 논리가 앞설 수는 없다.


  • 글쓴날 : [26-02-04 23:00]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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