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요양시설 노인학대 실태 심각... 직원 3명 중 2명 학대 경험
  • 2023년 7,654건 처벌에도 보고율 4% 불과... 구조적 개선 시급


  • 미국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 10명 중 6명 이상이 지난 1년간 입소 노인을 학대한 경험이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3년 한 해에만 7,600건 이상의 학대 관련 처벌 조치가 내려졌지만,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최소 24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력 부족과 영리 추구, 불충분한 교육 등 시스템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취약한 노인들을 더욱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SeniorLiving.org가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CMS)의 최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미국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건강 관련 위반 건수는 총 94,499건에 달했다. 이 중 8.1%인 7,654건이 노인학대, 방임, 착취와 직접 관련된 사안이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사실은 요양시설 직원들의 자가보고(self-reporting) 조사 결과다. 시설 근무자들은 64.2%, 즉 3명 중 2명이 지난 1년간 입소자를 학대한 경험이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는 공식 처벌 건수와 실제 발생 건수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National Center on Elder Abuse는 "요양시설 내 학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보고되는 사례는 실제 발생 건수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추정에 따르면 전체 노인학대 사건의 약 4%, 즉 24건 중 단 1건만 신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미국 요양시설들은 각종 건강 위반 사항으로 총 1억 5,300만 달러(약 2,04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시설당 평균 약 1만 달러(약 1,33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 벌금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 요양시설의 69%가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일부 부실 운영 시설들은 벌금을 단순히 '사업 비용'으로 간주하며 적절한 인력 배치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학대 관련 처벌 중 가장 많은 비중인 30%를 차지한 것은 '학대, 방임, 절도를 즉시 신고하지 않은 행위'였다. 이는 학대가 발생해도 은폐되거나 늦게 보고되는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입소자를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 체벌, 방임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한 사례가 29%를 차지했다. 학대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경우도 19%에 달했다. 놀랍게도 11%의 시설은 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과 절차 자체가 없었다.

    National Ombudsman Reporting System(2022) 데이터에 따르면, 요양시설에서 제기된 학대 신고 중 신체적 학대가 38%로 가장 많았다. 심각한 방임이 24%, 심리적 학대가 16%, 금전적 착취가 14%, 성적 학대가 8%를 차지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Care of the Injured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노인 학대 피해자들은 평균 4.1개의 상처를 입었으며, 20%는 주먹이나 손에 의한 안면·치아·목 부위 손상을 당했다. 노인학대를 경험한 고령자는 응급실을 이용할 가능성이 약 3배, 입원할 가능성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전적 착취는 '조용한 학대'로 불린다. AARP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으로부터 연간 283억 달러(약 37조 7,000억 원)가 도난당한다. 이 중 72%인 203억 달러는 피해자가 아는 사람, 즉 돌봄 제공자나 친구, 친척이 가해자였다. 아는 사람이 가해자일 때 87.5%가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피해액 중 단 28%인 78억 달러만 신고되고 있다.

    신고하지 않는 이유로는 독립성 상실 우려, 가족 관계 단절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과 당혹감, 보복에 대한 공포 등이 꼽혔다. 금전적 착취 피해를 입은 노인은 평균 12만 달러(약 1억 6,000만 원)를 잃는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일 경우 피해액이 2배 높으며,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의 피해액도 평균의 2배에 달한다.

    미네소타주의 한 연구는 요양시설과 assisted living 커뮤니티에서 입소자 1인당 평균 30정 이상의 약물이 도난당했으며, 이 중 97.5%가 마약성 진통제 등 통제 약물이었다고 밝혔다. 약물 절도로 인해 입소자들은 필요한 약물을 복용하지 못해 고통을 겪거나 건강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연구에 따르면 치매가 있는 노인의 최대 50%가 어떤 형태의 학대를 경험한다. 이는 일반 노인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치매 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학대 사실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행동으로만 신호를 보낸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쉽게 혼란시키고 조종할 수 있다. 치매 환자의 공격적 행동이나 돌봄 거부가 학대의 '핑계'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요양시설 내 성폭력 사건의 60%가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가해자는 가족, 유급 돌봄 제공자, 심지어 다른 입소자까지 포함된다. 의사소통 방임(Communication neglect)도 흔한 학대 유형으로, 돌봄 제공자가 처벌 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거나 타인과의 소통을 차단하는 행위다.

    Kaiser Family Foundation의 분석은 미국 요양시설 품질 저하의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다. 심각한 결함이 있는 시설 비율이 2015년 17%에서 2023년 26%로 53% 증가했다. 입소자 1인당 일일 돌봄 시간은 같은 기간 4.13시간에서 3.77시간으로 9% 감소했다. 하루 평균 돌봄 시간 감소는 입소자들이 기본적인 식사, 위생, 의료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인력 부족은 직원 번아웃을 초래하고, 이는 학대 증가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사망률과 입원율이 높아지고, 욕창, 탈수, 체중 감소, 요로감염 등 건강 지표가 악화된다. National Center on Elder Abuse에 따르면 영리 목적 요양시설의 돌봄 품질이 종종 더 낮다. 부실하게 관리되는 영리 시설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적절한 인력 배치를 회피할 수 있다.

    학대 피해 가능성이 높은 노인의 특징으로는 여성, 80세 이상 고령, 치매 진단, 신체 건강 불량, 사회적 고립 상태 등이 꼽힌다. 정신건강 문제나 약물 남용이 있는 돌봄 제공자로부터 돌봄을 받는 경우도 위험하다. 특히 비백인 여성, 인지장애, 일상생활 어려움,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노인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요양시설에는 약 140만 명 이상의 입소자가 거주하고 있다. 입소자의 63%가 여성이며, 거의 절반이 알츠하이머나 기타 치매를 앓고 있다. 120만 명 이상이 이들 요양시설에서 근무한다. 2023년 시설당 평균 처벌 건수가 가장 많은 주는 뉴멕시코(13.3건), 일리노이(11.7건), 네바다(10.8건), 워싱턴(10.7건), 하와이(10.5건) 순이었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지역사회 내 노인학대가 최대 8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노인 학대 경험률이 10명 중 1명에서 5명 중 1명으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문 금지로 인한 외부 감시 차단, 돌봄 제공자의 스트레스와 고립 증가, 사회적 지원 체계 붕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금전적 착취 증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Journal of General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연구는 노인 돌봄 제공자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후 어떤 형태의 학대를 경험한다고 밝혔다. 노인 돌봄 제공자는 비돌봄 제공자에 비해 정서적 학대를 경험할 가능성이 최소 60% 높고, 금전적 학대를 경험할 가능성은 70% 이상 높다. 노인 돌봄 제공자는 돌봄 대상자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학대를 당할 수 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노인학대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집단 돌봄 환경의 노인 약 25%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장애도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65세 이상 성인의 40%가 최소 하나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동성 장애가 가장 흔하며, 장애가 있는 65세 이상 노인의 27.7%에 영향을 미친다. 장애 관련 학대는 가해자가 장애를 이용할 수 있어 독특하다. 가해자는 의료 장비를 파괴하거나, 이동 과업 지원을 거부하거나, 약물 용량을 조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입소자당 최소 돌봄 시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적정 인력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학대 예방 교육과 치매 돌봄 전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대, 방임, 착취, 절도 이력자의 고용을 금지하고 범죄 경력 조회를 의무화해야 한다.

    익명 신고를 보장하고 보복을 금지해야 하며, 신고 의무 위반 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외부 옴부즈맨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시설당 평균 1만 달러 벌금을 실질적 억제력이 있는 수준으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 영리 시설의 이윤 추구와 돌봄 품질 균형을 감독해야 한다. 입소자 대상 정기적 상담 및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를 연계하며, 가족과의 소통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

    노인학대 신고 및 지원을 위한 연락처로는 긴급 상황 시 911, Eldercare Locator 헬프라인(1-800-677-1116), National Elder Fraud Hotline(1-833-FRAUD-11) 등이 있다. National Adult Protective Services Association과 National Council on Child Abuse and Family Violence 웹사이트에서도 지역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이 조장하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적한다.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왜곡된 계산이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0만 명의 입소자 중 절반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이 당한 학대를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침묵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존엄을 지키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 글쓴날 : [26-02-06 01:32]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 다른기사보기 김호중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