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이야기] 치매 노인 추락사 요양원 시설장 책임 면할 수 없다
  • 법령상 인력 및 시설 기준 준수했어도 구체적 보호 의무 소홀하면 유죄

  • 인천지방법원은 지난해 치매 환자의 추락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요양원 시설장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법원은 요양보호사 인원 배치나 안전시설 설치 기준 등 법령상 요건을 갖추었더라도 환자의 구체적인 상태를 고려한 실질적인 안전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과실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증 치매 환자의 배회 증세와 사고 발생

    사건은 인천의 한 요양원에 입소한 지 6일 된 중증 치매 환자 B씨가 6층 베란다 난간 너머로 추락해 사망하면서 시작되었다. B씨는 입소 직후부터 식사를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로비를 배회하는 등 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다. 사고 당시 요양원에서는 족욕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으며 요양보호사들이 다수의 입소자를 관리하느라 분주한 틈을 타 B씨가 잠금장치가 해제된 베란다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령 준수만으로는 부족한 업무상 주의의무

    시설장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시설 기준과 인력 배치 기준을 모두 준수했으므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주장했다. 베란다 문은 소방 법령상 비상 탈출구에 해당하여 상시 잠글 수 없으며 환자가 고의로 투신했을 가능성이 높아 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웠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양시설은 심신 장애가 있는 노인을 보호하는 특수 공간이므로 시설장은 입소자의 건강 상태와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베란다 문은 화재 시에만 자동으로 열리는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요양보호사들이 편의를 위해 간이 잠금장치를 채우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평소 밖으로 나가려는 성향이 강했으므로 시설장이 추락 사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또한 화재 경보 장치와 연동된 안전 문을 설치하거나 요양보호사들에게 철저한 문단속과 밀착 보호를 지시했다면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고의로 투신했다는 주장 역시 폐쇄회로 화면 분석 결과 자살 시도라기보다 요양원을 나가기 위해 주변 눈치를 살피며 밖으로 나가는 모습에 가깝다며 배척했다. 결과적으로 법령상의 최소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개별적인 안전 확보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었다.


  • 글쓴날 : [26-02-11 01:17]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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