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가 마스크를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발생한 어르신 낙상 사고를 '노인학대(방임)'로 보고 내린 업무정지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은 2024년 11월 22일 요양센터 운영자 A씨가 계양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2분간 마스크 가지러 간 사이 사고... 구청 "방임학대" 90일 업무정지
사건은 2023년 7월 발생했다. 이 사건 요양센터 소속 요양보호사 E씨는 어르신 3명을 차량에서 하차시킨 후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대기해달라고 요청하고, 차량에 두고 온 마스크를 가지러 1~2분간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 문에 부딪혀 입소자 한 명이 넘어졌고, 뒤에 있던 피해 노인 D씨가 함께 넘어지며 골절상을 입었다.
지자체는 이를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판정에 근거하여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한 방임행위'로 규정하고, 해당 기관에 9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시설 측은 학대의 고의가 없었으며, 사고 직후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항변하며 소를 제기했다.
법원 "방임학대는 신체적·성적 학대에 준하는 고의성 있어야"
재판부는 시설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방임행위란 노인의 건강과 복지를 저해할 정도로 신체적·성적 학대행위에 준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해 ▲요양보호사가 마스크를 가져오기 위해 1~2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만 자리를 비운 점 ▲이는 요양보호사의 주의의무 위반(과실)일 뿐, 노인을 유기하거나 방치하려는 고의적인 학대로 보기 어려운 점 ▲사고 직후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여 진료를 받게 하는 등 사후 조치가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할 때 이를 '방임학대'로 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순 과실과 학대 구분해야... 노보전 판정 관행에 제동
법원은 보건복지부의 '노인보호전문기관 업무수행지침'상 일부 지표에 해당하더라도, 단순한 과실에 의한 행위까지 모두 노인학대인 방임행위에 포함할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이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나 단순 실수를 모두 형사 처벌 수준인 '학대'로 몰아가는 행정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판결로 인해 지자체의 90일 업무정지 처분은 취소되었으며, 소송비용 또한 구청 측이 부담하게 됐다. 장기요양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고충을 외면한 과도한 학대 판정에 대해 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