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결]새벽에 나간 치매 어르신 낙상 사고... 법원 "요양원, 상해 책임은 있으나 사망과는 무관"
  • 시설 종사자 주의의무 위반 인정,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부정

  • 요양보호사가 자리를 비우거나 출입카드를 방치한 사이 치매 어르신이 시설 밖으로 나가 다친 사고에 대해 법원이 23년 요양원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사고 후 발생한 사망에 대해서는 사고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출입카드 방치된 사이 승강기 타고 외출... 3km 밖에서 발견
    광주지방법원(판사 정영호)은 사망한 A씨의 유족들이 요양원 운영사와 시설장 G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하여 유족들에게 총 1,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21년 12월 5일 새벽 3시 50분경 발생했다. 치매로 인해 배회 증상이 있던 79세 입소자 A씨는 요양원 신발장 위에 놓인 출입카드를 이용해 승강기 잠금을 해제하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A씨는 약 3km 떨어진 곳에서 넘어진 채 발견되었으며, 치아 탈구와 안면부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이후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사고 18일 만에 폐렴 악화로 사망했다.

    법원 "시설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 책임 명확"
    재판부는 요양원 측의 과실을 명확히 인정했다. 요양원 소속 직원이 승강기 앞 신발장에 출입카드를 함부로 놓아두거나 승강기 잠금장치를 해제해 둔 행위는 시설이용계약상 '안전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치매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입소자가 임의로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이 사건 사고와 A씨가 입은 상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시설장 G씨 역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재판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사망은 기왕증과 고령 탓"... 배상 범위는 상해로 한정
    그러나 유족 측이 주장한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직접적인 사인이 '폐렴의 급성 악화'였으며, 사고 전부터 파킨슨병과 세균성 폐렴 등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온 점에 주목했다.

    의학적 감정 결과에서도 "기왕증과 고령이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법원은 낙상 사고로 인한 상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일실수입(연금 소득)이나 장례비 청구는 기각했다.

    유족 위자료 등 일부 승소... 시설장 "항소심 진행 중"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배우자 B씨에게 약 385만 원, 자녀 4명에게 각 173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사고로 지출된 치료비와 간병비, 그리고 사망이 아닌 상해 발생에 따른 위자료를 합산한 금액이다.

    이번 판결은 요양시설이 입소자의 안전 관리에 있어 엄격한 주의의무를 지니지만, 사고 이후 발생한 결과가 환자의 기존 질환이나 고령에 의한 것일 경우 그 책임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는 법원의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로 풀이된다.


  • 글쓴날 : [26-03-09 23:39]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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