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노인학대사례판정과 시설 평가연동! 이대로는 안 된다
  • 현직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이 제시하는 해법

  • 경남서부권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김현
    경남서부권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김현

    최근 노인보호전문기관 시설학대 판정과 국민건강보험의 요양원장기요양기관 시설평가 연동관련해서 많은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노인보호전문기관 종사자로써 현재 상황에 대해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대안이 뭔지 모색해 보겠습니다. 짧은 칼럼에 시설학대 판정에 관한 모든 부분을 담을 수 없어, 학대판정이후 시,군,구에서 조치하는 행정조치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다음기회에 언급하기로 하고, 오늘은 학대판정과 시설평가 연동에 대해 우려되는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연동’의 굴레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요양 평가 시스템은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시설학대’ 판정을 내리면, 그것이 즉각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평가에 반영되어서 한단계 평가하락으로 이어지고, 행정처분을 받으면 최하위 평가로 강등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학대 근절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일방적 연동 체제는 현장에서 성실히 노인 돌봄 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선의의 종사자들과 시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고 있습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한 번의 판정으로 시설 생존이 위협받다 보니 시설 측에서 학대 의심 사례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보다 '은폐'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는 결국 노인 인권 돌봄의 질을 저해하는 역설적 결과가 예상됩니다.


    현재 학대 판정 및 과정의 3가지 독소 조항

    첫째, 사건의 경중을 따지지 않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식의 판정입니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 의심사건이 벌어지면, 학교장 주제하에 학교폭력심각성을 검토하고, 학교자체 해결을 할 수도 있고, 문제가 심각하면 교육청에 이관하여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거쳐 학교 폭력의 정도에 따라 9가지 처분을 내립니다. 이때 1호에서 3호 처분은 1회에 한해 유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설 학대 판정은 심각성, 고의성, 반복성, 재발 가능성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학대냐 아니냐'만을 판단합니다. 교육이나 자체 개선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안조차 '학대 시설'이라는 낙인이 찍혀 가혹한 행정 조치의 대상이 되고, 기관평가 등급은 자동으로 강등됩니다.  

    둘째, 시설의 피나는 노력도 무색하게 기관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설장이 학대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하고 주의 성실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야간 근무 시 종사자가 기저귀 교체 중 가림막을 깜빡하는 등의 실수를 하면 곧바로 '시설 학대'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사자 개인의 돌발 행동이 업무정지 처분과 평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잘못에 비해 과도한 처분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본 기관에서 지난 3년간 학대판정된 시설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시설학대 판정 사례의 10건 중 3건은 시설장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사자 개인 일탈에 의한 학대로 분석됩니다.

    셋째, ‘선수와 심판’이 같은 재심 구조입니다.
    현재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판정에 승복하지 못해 재심을 요청하더라도, 원 사건을 담당했던 바로 그 기관에서 재심 여부를 결정하고 다시 판단합니다. 별도의 독립적인 재심 기구가 없다 보니 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제도 개선을 위한 3가지 대안

    대안 1. 경중을 따지지 않는 판정 NO! '학대 판정 점수제' 도입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의 규정을 차용하여,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수치화된 지표(Scoring System)를 도입해야 합니다. 심각성, 반복성, 고의성, 재발 가능성의 4가지 핵심 요소를 점수화하여 행정 조치를 세분화해야 합니다.


    이렇게 기준이 명확해지면 판정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시설 역시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입니다.

    대안 2. 시설의 책임 소재 명확화로 '선의의 피해' 방지
    시설이 관리·감독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면, 조직적 학대와 개인 일탈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분기별 정기 인권 교육 실시 여부, 상시 학대예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및 기록 관리,  사건 발생 시 즉각적인 자발적 신고 및 초동 조치 등 위와 같은 면책 기준을 설정하여, 시설이 스스로 관리 감독에 힘쓸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아무리 잘해도 한 명 때문에 망한다"는 공포 대신 "잘 관리하면 보호받는다"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대안 3. 억울한 판정 방지를 위한 '광역 재심 기구' 설치
    기초 단위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판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이를 중립적으로 살펴볼 독립 기구가 필요합니다. 현장 전문가, 법조인, 의료인, 들로 구성된 '광역 학대사례 재심의위원회'설치를 제안합니다.
    이러한 단계별 절차를 통해 판정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억울하게 폐업 위기에 몰리는 시설이 없도록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학대 판정은 단순히 벌을 주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목적은 어르신들에게 더 나은 돌봄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시설을 옥죄기만 하는 현재의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시설과 어르신 모두가 행복한 '진정한 인권 돌봄'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입니다.

  • 글쓴날 : [26-04-01 17:57]
    • 편집국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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