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과 스마트 돌봄, 예술로 어르신의 삶을 다시 세운다”
  • 대정요양병원, 전문요양시설 초가을 개설


  • 고령사회가 깊어질수록 노년의 돌봄은 더 이상 ‘보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존엄하게 살아가고 마무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정요양병원이 전문요양시설 개설에 나서며 새로운 노인돌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대정요양병원은 “국내 최초 기부자들의 기부금으로 설립한 노인요양병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병원의 출발점 역시 단순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외로운 노인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보듬겠다는 실천적 문제의식에 있었다. 이지원 병원장과 서정복 부원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오랜 기간 독거노인을 위한 의료봉사를 함께 해왔고, 이러한 연대의 경험이 병원의 운영 철학으로 이어졌다.

    이번에 준비 중인 전문요양시설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치료와 돌봄을 분리하지 않고,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삶의 역사와 감정, 기능, 관계,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케어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권경영, 돌봄의 출발을 ‘존엄’에 두다

    대정요양병원이 새롭게 선보일 전문요양시설의 가장 큰 축은 인권경영이다. 이는 형식적인 인권선언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는다. 시설 운영 전반에서 어르신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노인학대예방은 이 시설의 기본 원칙이자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신체적 학대나 언어적 폭력은 물론이고, 무시와 방임, 통제 중심의 돌봄, 선택권을 박탈하는 일상적 관행까지 폭넓게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어르신의 일상에서 “무엇이 필요한가”보다 먼저 “무엇을 원하시는가”를 묻는 문화가 시설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철학은 임종기 돌봄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대정요양병원 전문요양시설은 삶의 마지막 시기를 의료적 관리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인권기반의 임종기 케어를 강조한다. 연명의료 여부, 통증 조절, 가족과의 관계 회복, 정서적 안정, 작별의 방식까지 어르신의 뜻을 중심에 두겠다는 의미다. 생의 말기에도 한 사람의 존엄은 결코 축소될 수 없다는 믿음이 이곳의 케어 철학을 이룬다.


    스마트경영, 기술은 효율이 아니라 존엄을 위해 쓰인다

    새 전문요양시설의 두 번째 축은 스마트경영이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 인력의 부담이 커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술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그러나 대정요양병원이 그리고 있는 스마트경영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다운 돌봄을 더 가능하게 하는 기술에 가깝다.

    대표적으로 돌봄로봇 도입이 검토된다. 어르신의 정서 안정, 반복적 생활지원, 상호작용 촉진, 활동 참여 유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돌봄로봇을 활용해 돌봄의 공백을 줄이고 생활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돌봄 현장에서 기술은 차갑다는 편견이 있지만, 적절히 설계된 기술은 오히려 어르신의 불안감을 낮추고 생활 리듬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스마트 기저귀 도입이다. 배뇨 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확인해 교체 시점을 적절히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불필요한 노출과 잦은 확인으로 인한 수치심을 줄이고, 피부 건강과 위생을 높이며, 야간 돌봄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르신의 인권과 직결된다. 그밖에도 스마트웨치의 생체정보인식을 활용한 시술도 검토중이다. 결국 스마트경영은 업무 효율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돌봄의 세밀함과 품위를 함께 높이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어르신중심경영, 기능을 살리고 삶의 즐거움을 회복하다

    대정요양병원 전문요양시설이 가장 역점을 두는 대목은 어르신중심경영이다. 시설의 운영 기준을 조직 편의가 아니라 어르신의 기능 유지와 삶의 만족도 향상에 두겠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는 구강관리 특화가 있다. 노년기 구강 건강은 단순히 치아의 문제가 아니라 영양, 의사소통, 감염 예방, 자존감과 깊이 연결된다. 입안이 편해야 식사가 가능하고, 식사가 가능해야 몸이 버티며, 음식을 씹고 삼키는 과정이 안정돼야 삶의 즐거움도 지켜진다. 이 때문에 대정요양병원은 전문요양시설에서 구강관리를 일상 케어의 핵심 영역으로 삼고, 보다 체계적인 구강위생 관리와 기능 유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저작기능과 연하기능 강화 역시 중요한 특화 분야로 제시된다. 씹는 힘과 삼키는 기능이 떨어지면 음식 섭취량이 줄고, 영양 불균형과 흡인 위험이 커지며, 결국 전신 상태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식사는 단순한 급식이 아니라 재활의 연장선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 시설은 식사 전후 관리, 연하도움식도입, 구강운동, 기능별 맞춤 식이, 삼킴 안전 평가와 훈련 등을 통해 어르신이 가능한 한 오래 “맛있게, 안전하게, 스스로” 드실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을 지향한다.

    또한 인지기능 전문케어는 이 시설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분야다. 대정요양병원은 어르신을 획일적으로 분류하지 않고, ABC 그룹별 맞춤 인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상태와 특성에 따라 개별화된 접근을 시도할 계획이다. 인지기능이 비교적 유지된 어르신에게는 참여와 역할 중심 프로그램을, 중등도 저하 어르신에게는 감각 자극과 회상 중심 프로그램을, 중증 어르신에게는 안정과 반응 중심 케어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어르신’이 아니라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아가 기관은 '대정형 인지케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예술경영, 표현의 권리를 돌봄 안으로 들여오다

    대정요양병원 전문요양시설의 또 다른 특징은 예술경영이다. 노년의 삶은 종종 기능과 질병 중심으로만 설명되지만, 사람은 끝까지 감정을 느끼고 자신을 표현하고 관계를 맺는 존재다. 이 시설은 어르신의 돌봄을 의료·생활지원에만 한정하지 않고, 표현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확장하려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예술이다. 미술, 음악, 움직임, 시, 회상 기반 창작활동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의 감정과 기억, 소망, 상실, 기쁨을 표현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이 아니다.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예술로 드러내고, 돌봄 현장에서 종종 사라지기 쉬운 개별성과 주체성을 회복하게 하는 작업이다.

    특히 인지저하가 있는 어르신에게 예술은 언어를 넘어서는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한 장의 그림, 한 소절의 노래, 한 번의 몸짓이 “나는 아직 여기 있다”는 존재의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정요양병원이 말하는 예술경영은 바로 이 지점, 즉 돌봄을 받는 삶이 아니라 표현하며 살아가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병원이 쌓아온 철학, 요양시설의 미래가 되다

    위클리피플이 소개한 대정요양병원의 핵심 이미지는 ‘인정(人情)의 손길’이었다. 몸의 병뿐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어루만지는 병원, 그리고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되겠다는 약속이 그 기사 전반을 관통했다.

    이번 전문요양시설 개설은 그 철학을 한 단계 더 확장하는 시도로 읽힌다. 인권을 운영의 기준으로 삼고, 스마트 기술을 존엄을 지키는 도구로 활용하며, 구강·저작·연하·인지기능을 어르신 중심으로 특화하고, 예술을 통해 표현의 권리를 회복시키겠다는 구상은 기존 요양시설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향성이다.

    결국 대정요양병원이 새롭게 열어갈 전문요양시설은 단지 어르신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존엄하게 살아가고, 안전하게 돌봄받고, 끝까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삶의 공간을 지향한다.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요양의 미래는 어쩌면 이런 모습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 글쓴날 : [26-04-04 02:03]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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