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칼럼] 영업정지 후 돌아오지 않는 어르신들...
  • "내 입소자 돌려내라" 소송 결과는?

  • 요양원을 운영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때 가장 큰 고민은 입소해 계신 어르신들을 어디로 모셔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대개 인근 요양원과 협조하여 어르신들을 잠시 전원시켰다가 영업정지가 끝나면 다시 모셔오기로 약속하곤 합니다. 하지만 만약 영업정지 기간이 끝났음에도 어르신들이 원래 요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 계속 머물겠다고 한다면 운영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25년 2월 인천지방법원은 이러한 분쟁에 대해 요양시설 운영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영업정지가 끝나면 어르신 전원을 돌려보내기로 약속했습니다"

    원고인 A 원장은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게 되자 입소자 30명 전원을 피고인 B 원장의 요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A 원장은 2개월 동안 발생하는 요양급여 수익은 B 원장이 가져가되 영업정지가 풀리는 날에는 어르신 30명 전원을 다시 돌려보낸다는 구두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날이 되었을 때 22명의 어르신만 원래의 요양원으로 돌아왔고 나머지 6명의 어르신은 그대로 B 원장의 요양원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A 원장은 B 원장이 약속을 어겼다며 6명분에 해당하는 요양급여 손실액과 위자료 등 약 3,2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입소 결정권은 운영자가 아닌 어르신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입소 결정권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법리적 해석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요양시설을 선택할 권리는 전적으로 어르신 본인과 그 보호자에게 있는 것이지 요양시설 운영자들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명시했습니다. 운영자들끼리 어르신들을 모두 돌려보내겠다고 합의했더라도 그것이 어르신과 보호자의 의사에 반한다면 법적 구속력을 갖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설령 그런 대화가 오갔더라도 이는 도의적인 차원의 언급일 뿐이며 피고 원장이 어르신들을 강제로 쫓아내서라도 돌려보내야 할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입소자 유인'이라는 불법행위 주장도 증거 부족으로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측은 피고 원장이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이익을 약속하며 자기 시설에 남도록 유인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가 입소자들에게 부당한 유인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일부 보호자는 원래 요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현재 요양원에 남는 것에 대해 원고 측도 동의했다는 취지의 상반된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요양원 간에 어르신을 주고받는 특별한 관습이 있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며 피고 원장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보호자와의 신뢰 관계가 가장 확실한 담보입니다"

    이번 판결은 요양원 운영자들에게 매우 현실적이고 뼈아픈 교훈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영업정지라는 위기 상황에서 동료 원장과의 약속만 믿고 어르신들을 맡기는 것은 법적으로 매우 취약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설령 전원 복귀를 약속하는 계약서를 썼더라도 입소자가 해당 시설에 남겠다고 고집하면 계약 위반을 묻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영업정지 기간 중에도 어르신과 보호자들이 우리 요양원으로 반드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힘은 운영자 간의 약속이 아니라 평소 쌓아온 보호자와의 끈끈한 신뢰 관계뿐입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지 않도록 시설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만약 어쩔 수 없이 전원을 시키게 된다면 보호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복귀 의사를 확인하는 세심한 노력이 거액의 급여 손실을 막는 길입니다.

  • 글쓴날 : [26-04-06 15:11]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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