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두 합의로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선고유예
  • 근로조건 변동은 서면으로 통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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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박병철 변호사
    글. 박병철 변호사

    최근 요양보호사의 소급 수급자 변경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구두로 변경한 후, 변경된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장기요양기관 대표자에게 법원이 근로기준법 위반죄를 인정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한 판결(대구지방법원 2024고정929)이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상시근로자 40여 명을 사용하여 방문요양서비스업을 경영하는 'C'의 대표자입니다. 피고인은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던 근로자 D와 구두로 협의하여 담당 수급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1일 소정근로시간을 2023년 7월 1일경 5시간에서 2.5시간으로 변경하였고, 며칠 후 담당 수급자가 변경되자 다시 2.5시간에서 3시간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렇게 변경된 소정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 D에게 교부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과 변호인은 근로자 D가 별개의 휴업수당 관련 사건에서 소정근로시간이 5시간으로 계속 유지되었음을 전제로 주장한 바 있으므로 소정근로시간이 변경된 바 없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다퉜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은 판단 근거로 먼저 소정근로시간의 정의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이란 법정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하며, 이는 서면으로 약정한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구두나 묵시적으로 약정한 근로시간도 포함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변경된 근로조건 명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첫째, 피고인 스스로도 근로자 D와 구두로 협의하여 담당 수급자 변경 등에 따라 근로시간을 두 차례 변경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기존 근로계약서 내용에 의하더라도 사유가 있을 경우 삼자 간 협의를 거쳐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구두 합의에 의한 근로시간 변경이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둘째, 이와 같이 구두로 근로시간이 변경되었음에도 피고인은 D에게 소정근로시간이 변경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근로자 D가 별개의 휴업수당 관련 사건에서 이 사건과 모순되는 주장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주장만으로 피고인의 근로기준법 위반 범죄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의 서면 교부 의무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벌금 100,000원의 형에 대한 선고를 유예하였습니다. 선고유예란 범죄의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 형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2년) 문제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법원이 피고인에게 선고유예라는 선처를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입니다. 또한, 피고인이 운영하는 방문요양서비스업의 특성상 수급자나 요양보호사의 사정, 요구, 인력 수급 상황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이 급격하게 변경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소정근로시간 변경 시마다 즉시 서면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상황임을 참작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방문요양서비스업과 같이 인력 운영이 매우 유동적인 업종이라 할지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서면 명시 및 교부 의무는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해 주었습니다. 아무리 근로자와 원만하게 구두로 합의하여 근로시간을 변경했다 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서면을 남기지 않으면 사용자는 형사처벌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장기요양기관 운영자분들은 수급자 변경 등으로 요양보호사의 근로시간이 변경될 경우, 반드시 변경된 내용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거나 근로조건 변경 합의서 등의 서면을 작성하여 근로자에게 교부하고 그 증빙을 갖추어 두어야 합니다. 그것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안정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길입니다.  

    감사합니다. 
  • 글쓴날 : [26-04-23 12:11]
    • 편집국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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