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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철 변호사 |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다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조사와 그에 따른 급여비용 환수 처분은 가장 두려운 리스크 중 하나입니다. 기관 운영자들은 절차적 정당성이나 규정 해석의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사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이와 관련된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사건의 원고들은 개인 명의로 시작해 법인으로 전환하여 재가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해 온 A씨와 사회복지법인 B입니다. 공단은 현지조사를 통해 세 가지 주요 부당청구 사유를 적발하고 A씨에게 약 5,500만 원, 법인에 약 1,700만 원의 환수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공단의 처분이 모두 적법하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기관 운영자들이 유념해야 할 핵심 법률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사전통지 없는 현지조사, 절차 위법 아니다
원고들은 공단이 행정조사기본법을 위반하여 사전통지나 현장출입조사서 발송 없이 현지조사를 진행했으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장기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 조사의 특성상 제출 자료와 관계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증거인멸 등의 방지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사전통지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설령 일부 절차적 잘못이 있더라도 원고들의 의견 제출이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었다면 처분을 취소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입니다.
'프로그램관리자' 규정 위반, 죄질 무겁게 봐
가장 큰 환수 금액이 걸린 문제는 인지활동형 서비스 기준 위반이었습니다. 인지활동형 급여는 치매 전문교육을 이수한 '상근하는 시설장 등'이 프로그램관리자가 되어 매달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당 기관은 새로운 시설장 E씨가 부임한 이후에도 시설장이 아닌 원고 A씨가 프로그램 계획과 업무수행일지를 대신 작성했습니다. 법원은 비록 E씨가 일부 서류에 자필 기재를 했더라도 실질적인 계획 수립은 적법한 프로그램관리자가 아닌 A씨가 했으므로 이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청구한 것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서류상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역할 수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가족인 요양보호사 미통보, '몰랐다'는 변명 안 통해
두 번째 사유는 요양보호사가 시어머니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족관계를 공단에 통보하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은 가족관계를 알지 못해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고시는 가족관계일 경우 인정되는 급여 제공 시간이 제한되므로 기관장이 이를 확인하여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가족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급여를 청구한 것 자체에 충분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기관장은 종사자와 수급자의 가족관계를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단순한 부주의도 부당수급 환수의 사유가 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미미한 금액이라도 실제 서비스 시간 어기면 환수
마지막으로 요양보호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 본인의 물리치료를 받은 30분까지 포함해 급여를 청구한 것도 적발되었습니다. 금액은 12,140원으로 미미했지만, 법원은 실제 서비스 제공 시간을 제외하면 기준 미달이 되므로 환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 운영자들이 현지조사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평소 고시와 규정을 얼마나 철저히 준수하고 서류를 실질에 맞게 관리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설마 적발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이나 단순한 실수조차 막대한 재정적·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항상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