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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발행인 |
어르신의 식사 중 기도질식 사고는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나 기관의 일상적 위험으로만 볼 수 없다. 고령자의 질식 사고는 생존에 필수적인 식사 과정에서 발생한다. 밥을 먹다가, 고구마를 먹다가, 귤을 먹다가 생명이 위협받는다. 이는 단순한 급식 문제가 아니라 장기요양 제도가 직접 다루어야 할 생명안전 문제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영유아와 고령자의 삼킴·질식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영유아는 자석, 동전, 완구 같은 이물질 삼킴 사고가 많지만, 고령자는 다르다. 어르신은 음식 섭취 중 기도가 막히는 사고가 문제다. 노화로 인한 기침 반사 저하, 저작 기능 약화, 연하 기능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식 섭취 중 기도 막힘으로 이송된 환자는 1,196명에 이른다. 국내 위해 사례에는 73세 남성이 자택에서 고구마를 먹던 중 목에 걸려 사망한 사례, 83세 여성이 요양병원에서 귤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도 충격적이다. 2024년 한 해 음식으로 인한 질식 사망자는 4,383명,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91%인 3,992명을 차지했다.
이 숫자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한다. 어르신의 식사는 안전관리 대상이다. 그리고 장기요양의 식사는 단순한 급식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급여여야 한다.
지금 장기요양 현장에서는 식사 형태 조절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진 음식, 죽, 미음, 부드러운 반찬, 작은 크기의 음식 제공 등 기관마다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는 아직 현장의 위험을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연하곤란 어르신에게 맞춤형 식사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관찰, 더 많은 조리 과정, 더 많은 인력의 주의, 더 많은 기록과 평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의 수가 체계는 이러한 노력을 별도의 생명안전 서비스로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구명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구명식은 단순히 부드러운 음식을 뜻하지 않는다. 구명식은 기도질식, 흡인성 폐렴, 영양실조를 예방하기 위해 어르신의 저작·연하 상태에 맞추어 제공되는 맞춤형 생명보호 식사다. 한입 크기 조절, 식재료의 물성 조절, 점도 조절, 식사 자세 확인, 식사 속도 관찰, 삼킴 이상 징후 기록, 필요 시 보호자와 의료진 연계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연하도움식 서비스다.
정부는 구명식 수가를 장기요양급여 체계 안에 도입해야 한다. 질식 사고가 발생한 뒤 119가 출동하고, 응급실로 이송하고, 폐렴 치료를 하고, 입원비를 부담하는 방식은 늦다. 더 인간적이고 더 경제적인 정책은 사고가 나기 전에 막는 것이다. 예방은 사후 치료보다 존엄하다. 예방은 사후 치료보다 저렴하다. 예방은 어르신과 가족, 기관과 국가 모두에게 이롭다.
구명식 수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첫째, 연하곤란 위험 어르신을 선별하는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해당 어르신에게 연하도움식 또는 식형태 조절식을 제공한 경우 별도 가산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식사 중 관찰과 삼킴 이상 징후 기록을 급여제공기록과 연계해야 한다. 넷째, 요양보호사와 조리원, 간호인력에게 연하곤란 식사케어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다섯째, 점도증진제나 특수영양식처럼 예방 효과가 있는 품목은 건강보험 또는 장기요양급여와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은 시설급여 체계 안에서 24시간 어르신의 생활을 책임진다. 식사는 매일 반복되는 핵심 급여다. 주야간보호기관 역시 식사와 간식을 제공하고, 이용자의 상태 변화를 관찰하는 중요한 재가급여 기관이다. 따라서 구명식 수가는 시설급여에 우선 도입하되, 주야간보호 등 재가급여 영역으로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식사를 비용으로만 보아 왔다. 식재료비, 조리원 인건비, 영양사 식단표, 위탁급식 단가로 식사를 판단했다. 그러나 어르신의 식사는 그렇게 좁게 볼 수 없다. 식사는 삶의 즐거움이고, 건강의 출발이며, 존엄의 마지막 보루다. 무엇보다 식사는 생명이다.
장기요양기관에 “주의하라”고만 말해서는 부족하다. 현장이 제대로 주의할 수 있도록 제도가 비용을 인정해야 한다. 기관에 책임만 묻고, 예방에 필요한 수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좋은 돌봄을 요구하려면 좋은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보상이 함께 가야 한다.
이제 국가는 어르신의 식사 중 기도질식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소비자안전주의보는 출발점일 뿐이다. 다음 단계는 장기요양급여 안에 예방 중심의 식사안전 체계를 세우는 일이다. 그 핵심이 바로 구명식 수가다.
밥 한 숟가락이 생명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밥 한 숟가락이 생명을 지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장기요양의 식사는 급식이 아니라 구명이다.
정부는 이제 ‘구명식 수가’를 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