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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의 기저귀를 가는 장면. 어느 시설에서나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이 평범한 케어 장면을 두고 거듭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다. 가림막 없이,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하반신을 노출한 채 기저귀를 갈았다면 그것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어르신이라도 마찬가지다. 인천지방법원은 "성기를 드러내고 기저귀를 가는 장면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된다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못 박았다(2018노3765).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치매 어르신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신고 한 건이 폐업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인권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림막 미설치 하나가 노인보호전문기관 신고, 현지조사, 업무정지, 심하면 지정취소와 형사고발로 이어진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6호 나목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에 대해 1차 위반만으로도 지정취소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실제로 가림막 미설치를 이유로 업무정지 3개월(의정부 2023구합15839), 6개월(인천 2024구단53090) 처분이 내려졌고, 법원은 모두 적법하다고 보아 기관의 청구를 기각했다.
종사자 개인도 자유롭지 않다. 제주지방법원은 기저귀 교체 시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은 요양보호사와, 가림막 안으로 이성 어르신이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은 요양보호사, 그리고 이를 감독하지 못한 대표자까지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2024고정510).
법은 시설장에게 '면책의 문'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같은 조항은 중요한 단서를 담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의 장이 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는 제외한다." 즉 시설장이 사고를 막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면 처분을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법원이 인정하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기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이다.
형식적 교육만으로는 면책되지 않는다
여러 시설장이 "우리는 매년 인권교육과 성희롱 예방교육을 했고 CCTV도 설치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의 답은 단호했다. 의정부·인천 법원은 "그런 일반적·추상적 조치를 이행했다는 것만으로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 4시간 인권교육은 어차피 법이 정한 의무교육일 뿐이라는 것이다.
인천 법원은 한 발 더 나아가 기관이 패소한 이유를 이렇게 적시했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조치 외에, 시설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종사자를 관리·감독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주의를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교육은 1년에 한두 번이지만, 학대와 노출은 매일의 케어 현장에서 일어난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구체적·실질적 조치가 없으면 면책은 인정되지 않는다.
어르신 보호가 곧 기관 보호다
결국 핵심은 분명하다. 가림막을 비치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실제로 매번 사용되도록 점검하고, 남녀 케어 원칙과 노출 최소화를 문서화된 지침으로 정하며, 종사자가 매일의 현장에서 이를 지키는지 시설장이 직접 확인하고 그 기록을 남겨야 한다. 사고가 난 뒤의 사과나 합의는 "광범위한 학대가 발생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법원은 평가했다. 면책은 사고가 나기 전에 쌓아둔 구체적 노력으로만 인정된다.
어르신의 존엄을 지키는 일과 시설을 지키는 일은 둘이 아니다. 기저귀 한 장을 갈 때마다 인권을 먼저 확인하는 문화, 그리고 그 문화를 매일 작동시키고 기록으로 입증하는 시설장의 주의와 감독. 그것이 어르신과 기관을 함께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