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생원·관리인 업무 혼재한 요양원, 14억 원 환수처분 취소소송 패소
  • 서울행정법원 “신고 직종으로 월 기준근무시간 이상 실제 근무해야”
  •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의 인력배치가 단순한 인원 수의 문제가 아니라 직종별 업무 실질과 급여비용 청구의 적정성 문제임을 다시 확인한 사례다 기관은 평가와 현지조사에 대비해 직종별 업무분장표와 실제 수행기록을 점검하고 고시상 예외 규정을 상시적 업무 혼재의 근거로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이미지AI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의 인력배치가 단순한 인원 수의 문제가 아니라 직종별 업무 실질과 급여비용 청구의 적정성 문제임을 다시 확인한 사례다. 기관은 평가와 현지조사에 대비해 직종별 업무분장표와 실제 수행기록을 점검하고, 고시상 예외 규정을 상시적 업무 혼재의 근거로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이미지=AI)

    위생원과 관리인이 각자의 고유업무를 하지 않고 다른 업무를 수행한 요양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4억 원대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4월 9일,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법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경기도에 있는 한 요양원을 운영하는 주식회사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남양주시는 2025년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해당 요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기간은 2022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36개월이었다.

    공단은 조사 결과 해당 기관이 인력배치기준과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위생원으로 신고된 직원들이 실제로는 세탁업무를 하지 않고 종사자 출퇴근 차량 운행 등을 수행했으며, 실제 세탁은 관리인과 요양보호사들이 나누어 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인 역시 시설관리 업무와 세탁업무를 함께 수행해 월 기준근무시간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

    공단은 이에 따라 2025년 6월 30일 원고에게 총 14억4,012만1,390원의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했다. 환수 대상 기간은 당초 조사대상기간 36개월을 넘어 총 79개월로 산정됐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위생원과 관리인이 한 팀처럼 업무를 나누어 수행했으므로 실질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는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또 단순한 업무상 착오였을 뿐 공단을 속이려는 고의가 없었고, 2023년 개정된 고시의 취지를 고려하면 환수 범위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전통지 없는 현지조사와 36개월을 초과한 환수도 위법하다고 다투었다.

    그러나 법원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장기요양급여비용 산정을 위한 근무인원 1인으로 인정되려면 직원이 신고한 직종으로 월 기준근무시간 이상 실제 근무해야 한다고 보았다. 위생원이 관리인 업무를 하고, 관리인이 위생원 업무를 상시적으로 나누어 수행한 경우까지 각각의 직종 근무시간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고시상 다른 직원이 일부 업무를 도울 수 있다는 규정도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해당 규정은 특정 직종 종사자가 부재하거나 일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적용되는 예외일 뿐, 서로 다른 직종이 상시적으로 업무를 나누어 수행하는 경우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법원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하려면 반드시 적극적인 기망행위나 고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관련 법령상 지급받을 수 없는 급여비용임에도 이를 청구해 지급받았다면 환수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3년 개정된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의 소급 적용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정 고시는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는 부칙을 두고 있고, 개정 전 고시가 위헌적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반성적 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시행 전 기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36개월을 초과한 환수에 대해서도 법원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지조사 안내문에는 조사대상기간이 아니더라도 부당이득이 확인되면 환수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고,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부당이득금 징수권의 소멸시효는 10년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의 성격도 강조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부당이득 환수처분은 재량에 따라 일부만 환수할 수 있는 처분이 아니라,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받은 급여비용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기속행위라고 보았다. 따라서 환수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 운영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직종별 인력배치기준은 단순한 서류상 배치가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과 연결되어야 한다. 위생원은 위생원 업무를, 관리인은 관리인 업무를 월 기준근무시간 이상 수행해야 하며, 다른 직종 업무를 상시적으로 나누어 수행하는 방식은 향후 환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장기요양기관은 종사자의 실제 업무 내용, 근무시간, 직무분장, 세탁업무 수행 주체, 차량운행 여부 등을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 “현장에서 필요해 서로 도왔다”는 운영 관행이 장기화될 경우, 공단은 이를 고유업무 미수행으로 판단할 수 있다.
  • 글쓴날 : [26-06-11 15:27]
    • 김호중 기자[gombu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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