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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요양기관에서 어르신의 안전은 작은 절차에서 시작된다. 의사의 처방 없는 의료처치, 자격 없는 사람의 의료행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은 모두 어르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요양시설 전반에서 의료행위 관리 기준과 감염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미지=AI) |
인천의 한 대형 요양원에서 의사의 구체적인 처방 없이 입소 어르신에게 관장을 실시하고, 일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치매와 중증질환으로 의사 표현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입소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행위라는 점에서 의료법 위반뿐 아니라 노인학대 여부까지 함께 검토될 전망이다.
인천 계양구는 최근 A요양원 대표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자격정지 처분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행위는 의사의 처방이나 구체적인 지시 없이 관장이 이루어진 점, 그리고 관장 과정에서 사용한 일회용 주사기를 세척해 다시 사용한 점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관장 역시 입소자의 건강 상태, 장 질환 여부, 금기 사유, 약물 사용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하는 처치이므로, 단순한 생활지원 업무로 보기 어렵다. 특히 고령의 중증 어르신은 장 천공, 출혈, 감염, 탈수, 전해질 이상 등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의사의 처방과 간호인력의 적법한 수행 절차가 중요하다.
더 큰 문제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혹이다. 의료법은 감염 예방을 위해 일회용 주사용품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용품을 한 번 사용한 뒤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일회용 주사기는 사용 후 폐기하는 것을 전제로 제조된 의료용품이다. 소독액에 담그거나 세척·건조했다고 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일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하면 입소자 간 교차 감염 위험이 커진다. 혈액이나 체액, 분비물에 오염된 주사기를 다시 사용할 경우 세균 감염, 패혈증, C형간염 등 심각한 감염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의료기관에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장기요양 현장에서도 일회용 의료용품 관리는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관계 행정처분 기준에 따르면 의료법상 일회용 주사용품 재사용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의료인 또는 의료관계 자격자에게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이번 사안에서 관할 구가 보건복지부에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법적 기준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최종 처분 여부와 수위는 행위자의 신분, 위반 횟수, 구체적 행위 내용, 피해 발생 여부, 조사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된다.
앞서 계양구와 노인보호전문기관은 A요양원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과정에서 반복 사용 흔적이 있는 일회용 주사기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사기는 눈금이 지워질 정도로 사용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촉탁의가 정기적으로 방문했음에도 해당 기간 관장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이나 지시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요양원 측이 관장에 사용한 주사기를 소독액에 담가 세척한 뒤 건조해 다시 사용했다면, 이는 위생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법상 금지된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문제로 볼 수 있다. 특히 장기요양기관의 입소자는 대부분 고령이고 면역력이 약하며, 감염 발생 시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일회용품 재사용은 “아껴 쓰기”나 “관행”으로 설명될 수 없는 중대한 안전 문제다.
이번 사건은 장기요양기관이 의료행위와 생활지원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변비 관리, 배변 지원, 관장, 흡인, 투약, 상처 처치 등은 어르신의 건강과 직접 연결되는 영역이다. 기관은 촉탁의 처방, 간호기록, 보호자 설명, 수행자 자격, 사용 물품 폐기 절차를 명확히 관리해야 한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의사 처방 없이 관장을 진행한 행위가 노인학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사례판정위원회에서 검토할 예정이다. 관할 지자체 역시 재발 방지를 위해 지역 내 요양시설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