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는 우리 사회에 무거운 경고를 던지고 있다. 전체 노인학대 문제도 심각하지만,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생활시설과 이용시설에서 발생한 노인학대의 증가다.
자료에 따르면 생활시설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2024년 595건에서 2025년 614건으로 3.2% 증가했다. 생활시설은 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처럼 어르신이 실제로 거주하며 돌봄을 받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 장소가 아니라 어르신의 집이고,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학대가 늘었다는 것은 매우 아픈 신호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용시설 학대다. 노인복지관, 경로당, 방문요양,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단기보호서비스 등 이용시설에서 발생한 학대는 2024년 52건에서 2025년 87건으로 무려 67.3% 증가했다. 단순한 통계상 변동이라고 보기에는 증가 폭이 너무 크다. 이용시설은 어르신이 지역사회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찾는 공간이자, 재가 어르신이 가장 가까이에서 도움을 받는 서비스 영역이다. 이곳에서 학대가 급증했다는 것은 지역사회 돌봄의 안전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물론 신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감춰져 있던 학대가 드러나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신고가 늘었다는 말로 안심할 수는 없다. 생활시설과 이용시설은 대부분 신고의무자와 돌봄 종사자가 함께 있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학대가 발생한 뒤 신고되는 체계만으로는 부족하다.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막는 관리체계가 더 중요하다.
노인학대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거친 말투, 무시하는 태도, 반복되는 방치, 신체 구속에 가까운 부적절한 대응, 기저귀 교체나 목욕 과정에서의 수치심 유발, 식사·배변·이동 지원의 소홀함이 쌓이다가 학대로 이어진다. 현장에서는 “바빠서 그랬다”, “인력이 부족했다”, “어르신이 말을 듣지 않았다”는 말이 쉽게 나온다. 그러나 어떤 이유도 어르신의 존엄을 훼손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특히 장기요양기관은 이번 통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생활시설에 포함되고, 방문요양과 단기보호 등은 이용시설에 포함된다. 결국 이번 통계는 장기요양 현장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장기요양기관은 어르신의 일상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만큼 작은 부주의도 인권침해가 될 수 있고, 반복된 부주의는 학대로 판정될 수 있다.
기관장은 이제 학대예방교육을 형식적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교육 참석 서명부를 남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종사자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만지고, 어떻게 기다리고, 어떻게 기록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어르신의 이상행동에 대응할 때 모욕적인 말이 나오지는 않는지, 목욕과 배변 케어 과정에서 사생활 보호가 지켜지는지, 식사와 이동 지원 중 방치가 없는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생활시설은 폐쇄성이 강하다. 어르신은 그 안에서 하루 24시간을 보낸다. 가족이 매일 확인하기 어렵고, 어르신 스스로 피해를 말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용시설 역시 짧은 시간 제공되는 서비스라고 해서 위험이 작지 않다. 방문요양처럼 1대1로 이루어지는 서비스는 오히려 외부의 눈이 닿기 어렵다. 그래서 생활시설과 이용시설 모두 학대예방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이번 통계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어르신을 보호하고 있는가, 아니면 관리하고 있는가.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에게 참으라고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종사자의 어려움을 이유로 어르신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노인학대 예방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어르신을 부를 때 존칭을 사용하는 것,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 거부 표현을 무시하지 않는 것, 몸을 만지기 전 미리 알리는 것, 수치심을 가려주는 것, 불편한 표정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인권이고, 이것이 좋은 돌봄이다.
정부도 시설학대와 이용시설 학대 증가를 별도의 경고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평가등급 하향이나 가산금 제외 같은 사후 제재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현장이 학대를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 컨설팅, 인력 지원, 신고 보호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재가서비스 영역의 학대 증가에 대해서는 방문요양 현장의 고립된 서비스 구조를 어떻게 보완할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오늘 발표된 통계는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 뒤에는 상처받은 어르신의 얼굴이 있다. 생활시설 614건, 이용시설 87건이라는 수치는 우리 장기요양 현장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다.
이제 기관장과 종사자 모두가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 기관은 안전한가. 우리 말투는 존중을 담고 있는가. 우리 케어는 어르신의 존엄을 지키고 있는가.
노인학대 예방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점검해야 하고, 바꿔야 하며, 책임져야 한다. 어르신이 머무는 모든 공간은 안전해야 한다. 어르신이 이용하는 모든 서비스는 존중이어야 한다. 그것이 장기요양의 기본이고, 노인복지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