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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요양 현장에서 어르신의 안전은 친절한 마음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위험을 예측하고,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며, 필요할 때는 두 명 이상이 함께 대응하고, 기록과 보고를 남기는 체계가 필요하다. 치매 어르신의 행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불안을 낮추는 전문적 대응이 요구된다.(이미지=AI) |
치매 어르신이 요양원 출입문 밖으로 나가려 하자 이를 제지하던 요양보호사가 팔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어르신이 넘어져 대퇴골 골절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요양원 운영 법인과 원장, 요양보호사의 공동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피해 어르신 A씨에게 1억2,150만8,077원, A씨의 자녀 3명에게 각 1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사고 전부터 피해 어르신에게 골다공증에 의한 다발성 골절 등 기왕증이 있었던 점과 사고 이후 회복 지연에 영향을 미친 사정을 고려해 재산상 손해에 대한 책임은 제한했다.
사건은 2024년 8월 4일 오후 5시 30분경 요양원 1층 출입문 앞에서 발생했다. 장기요양등급 4등급을 받은 A씨는 치매 등을 이유로 같은 해 5월 요양원에 입소해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A씨가 출입문 밖으로 나가려 하자 담당 요양보호사 H씨가 이를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A씨가 H씨의 양팔을 잡자 H씨가 이를 뿌리치다가 A씨가 바닥에 넘어졌다.
이 사고로 A씨는 대퇴골전자간 폐쇄성 골절을 입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이후에도 단독 보행이 어려운 상태가 되었고, 병원 퇴원 후에도 장기간 간병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해당 요양보호사는 이 사고와 관련해 과실치상죄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법원은 요양보호사 H씨에게 낙상사고 방지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고령에 치매를 앓고 있어 인지능력이 미약한 입소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라면, 어르신이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H씨가 팔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A씨를 넘어지게 해 상해를 입혔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요양원 운영 법인과 원장에 대해서도 책임이 인정됐다. 법원은 요양원 운영 법인은 입소자가 시설에 머무는 동안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소속 요양보호사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요양원 원장 J씨 역시 요양보호사의 업무를 관리·감독하고 입소자의 안전과 건강 상태를 점검해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요양보호사 개인뿐 아니라 요양원 운영 법인과 원장도 민법상 사용자책임 등에 따라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손해배상 범위에서는 피해자의 기존 건강 상태가 고려됐다. A씨는 사고 전부터 척추와 골반에 골다공증에 의한 다발성 골절이 있었고, 감정의는 골다공증이 이번 상해에 기여한 정도를 약 25%로 평가했다. 법원은 치료비와 개호비 산정 과정에서 기왕증 기여도를 반영했다.
또한 법원은 A씨의 나이, 건강 상태, 사고 경위, 기왕증, 인지능력 정도, 장래 개호비가 손해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해 재산상 손해에 대한 피고들의 책임을 25%로 제한했다. 그 결과 기왕 치료비, 기왕 개호비, 향후 개호비를 반영한 재산상 손해는 1억1,150만8,077원으로 산정됐다.
여기에 위자료로 A씨에게 1,000만 원, 자녀 3명에게 각 150만 원이 인정됐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A씨에게 1억2,150만8,077원, 자녀들에게 각 1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에서 치매 어르신의 배회나 출입 시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도 신체 접촉과 물리적 대응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치매 어르신은 위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돌봄 종사자의 제지에 강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때 종사자가 순간적으로 힘을 주어 밀치거나 팔을 뿌리치는 행위는 낙상과 골절 등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