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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요양 현장에서는 짧은 순간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침대로 옮기기 전 필요한 물품은 미리 준비하고, 안전벨트를 해제한 뒤에는 어르신의 자세와 의식 상태를 계속 살펴야 한다. 입가 침 흘림,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 몸 기울어짐, 반응 저하 등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신경학적 이상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확인해야 한다.(이미지=AI) |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의 휠체어 안전벨트를 풀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어르신이 앞으로 쓰러져 사망했다면, 요양원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까.
언뜻 보면 “안전벨트를 풀어둔 채 자리를 비웠으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어르신의 사망 원인이 낙상이나 외상 때문이 아니라 비외상성 뇌출혈이었고, 요양보호사가 자리를 비운 시간도 매우 짧았으며, 당시 상황을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망인의 유족들이 요양원 운영자와 요양보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사건은 2024년 7월 19일 오전 9시 10분경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발생했다. 망인은 같은 해 4월 요양원에 입소해 생활하던 어르신으로, 사고 당일 아침식사를 마친 뒤 요양보호사 G씨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생활실로 돌아왔다.
G씨는 망인을 침대로 옮기기 위해 휠체어를 침대 옆에 세우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 직후 망인의 입가에 침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 휴지를 가지러 생활실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바로 그 순간 망인은 의식을 잃고 휠체어 앞쪽으로 쓰러지며 이마를 바닥에 부딪쳤다.
요양보호사는 즉시 동료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요양원 직원들은 망인의 상태를 확인한 뒤 119에 신고했다. 망인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같은 날 오전 10시경 사망했다.
유족들은 요양보호사가 안전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망인을 혼자 둬서는 안 되었고,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휠체어 앞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벨트를 다시 채우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요양원 운영자는 소속 요양보호사의 안전보호와 응급상황 대처에 대해 교육·관리·감독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법원은 요양보호사가 이동 중에는 안전벨트를 체결해 망인이 전도되거나 낙상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보았다. 안전벨트를 푼 시점도 생활실 침대 옆에 도착한 뒤, 망인을 침대로 옮기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또한 요양보호사가 자리를 비운 시간이 매우 짧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법원은 휴지가 있던 곳이 같은 생활실 입구 부근으로 휠체어 위치에서 약 3~4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요양보호사가 휴지를 가지러 갔다가 망인이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5초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법원은 “휠체어의 안전벨트는 이동 중 낙상을 방지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며, “이동 없이 잠시 앉혀 놓는 경우까지 항상 안전벨트를 체결해 두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인 쟁점은 사망 원인이었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부검감정 결과, 망인은 소뇌의 뇌내출혈, 즉 비외상성 병적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판정됐다. 법원은 망인이 휠체어 앞으로 쓰러진 것도 소뇌출혈에 따른 운동실조증과 의식 저하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유족들은 망인의 입가에 침이 묻어 있었고, 평소 혈압이 다소 높은 상태였던 점을 들어 요양보호사가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망인이 곧바로 소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휠체어 앞으로 쓰러질 것을 예측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았다.
결국 법원은 요양보호사가 안전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안전벨트 해제 후 잠시 자리를 비운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요양보호사와 요양원 운영자에 대한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다만 이 판결을 “안전벨트를 풀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괜찮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만약 어르신이 평소 앞으로 몸이 쏠리는 증상이 있었거나, 의식 저하·마비·경련 등 위험 징후가 있었거나, 안전벨트를 푼 뒤 상당 시간 방치했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승하는 과정은 낙상 위험이 높은 순간이므로, 원칙적으로 종사자의 시야와 손이 어르신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