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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요양시설은 치매, 중풍 등으로 심신 기능이 저하된 입소자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시설 안전관리는 단순한 설비 점검을 넘어 입소자의 돌발행동, 과거 위험행동 이력, 공간 구조, 직원 동선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창문 하나, 창고 문 하나의 관리 소홀이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요양 현장에 무거운 경고를 남긴다.(이미지=AI) |
의정부지방법원이 요양원 입소자의 추락 사망사건과 관련해 시설장과 요양보호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2026년 2월 3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강원 철원군 소재 D요양원 시설장 A씨에게 벌금 600만 원을, 요양보호사 B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사건은 2024년 9월 4일 오전 발생했다. 피해자인 92세 여성 입소자 E씨는 요양원 2층 거실에서 시정되지 않은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간 뒤, 창고 외벽 창문을 통해 아래로 추락했다. 피해자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같은 날 오전 11시 13분 사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건 약 두 달 전인 2024년 6월 29일에도 요양원 2층 생활실에서 방충망을 뜯고 전선 줄을 이용해 자살을 시도한 이력이 있었다. 시설장과 요양보호사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법원은 노인요양시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설장에게는 입소자를 상시 보호할 수 있는 직원 근무체계를 갖추고 추락 위험이 있는 창문에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며 시정장치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봤다. 또한 요양보호사에게도 입소자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사고가 발생한 창고와 창문의 구조적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해당 창고는 2층 휴게실과 연결돼 있었고, 휴게실에 앉은 입소자들이 창고 내부와 창고 외벽 창문을 쉽게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다른 외벽 창문들은 대부분 통유리 형태이거나 안전창살 등으로 보호조치가 되어 있었지만, 문제의 창고 외벽 창문은 전체를 반쯤 열 수 있고 사람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기는 구조였다고 판단했다.
창문 하단에는 약 30cm 높이의 안전난간이 있었지만, 법원은 이것이 추락방지 기능을 충분히 했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창문 아래 평평한 부분과 난간 구조, 창고 안에 보관돼 있던 접이식 휠체어 등을 고려하면 입소자가 창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봤다. 실제 피해자는 창고 안에 있던 휠체어를 펼쳐 창문 쪽으로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장 A씨 측은 창고 외벽 창문에 안전창살을 설치할 경우 소방법상 화재 대피 통로가 막힐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요양원 소방계획서상 해당 창고가 2층 피난로로 지정돼 있지 않았고 완강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안전창살 설치 등 추락방지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요양보호사 B씨의 과실도 인정됐다. B씨는 요양원 내부 청소를 위해 창고 문을 열고 청소기를 꺼내오는 과정에서 창고 문을 다시 잠그지 않았다. 법원은 입소자들이 지켜볼 수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 위험이 있는 창고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은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전적으로 피고인들에게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시설장 A씨가 창고 외벽 창문의 구조를 쉽게 바꾸지 못한 사정이 있었고, 요양보호사 B씨의 경우 창고의 구조적 위험이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시정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만을 과중하게 묻기는 어렵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