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번 사건이 장기요양 현장에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노인학대 예방교육은 서류상 이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종사자가 실제 상황에서 감정을 통제하고, 거부행동에 대응하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관은 CCTV를 사고 후 확인하는 장치로만 둘 것이 아니라,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재발을 막는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SBS화면 갈무리) |
최근 S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경기의 한 요양원에서 60대 남성 요양보호사가 80대 치매 노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요양원 다인실에서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A씨가 피해 노인의 얼굴에 면도기를 갖다 대자, 피해 노인은 놀란 듯 손을 뿌리쳤다. 이후 A씨의 폭행이 시작됐다. A씨는 피해자의 목덜미를 잡아 짓누르고, 무릎으로 걷어차 넘어뜨렸으며, 슬리퍼로 얼굴을 때리고 침대로 밀치는 등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팔을 꺾고 뺨을 때리는 행위도 있었고, 폭행은 다른 요양보호사가 제지할 때까지 약 4분간 계속됐다.
피해 노인은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요양원 측은 CCTV를 확인한 뒤 피해자를 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병원 진단 결과는 외부 충격으로 인해 뇌를 감싸는 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었다. 피해 노인은 가족 면회를 하루 앞두고 이 같은 피해를 입었고, 결국 폭행 다음 날 사망했다.
검찰은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8년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지난달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초기 조사에서 “위협하는 시늉만 했다”며 범행을 부인하다가 CCTV 화면이 공개되자 “정당방위 차원의 대응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 노인이 저항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의 행위는 방어 행위를 넘어선 분풀이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폭행 이전 피해 노인에게 생명에 지장을 줄 만한 기저질환이 없었다는 점도 양형 이유에서 언급했다.
피해 유족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죄송하다고 빌어도 화가 날 상황인데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종사자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 폭행은 명백히 가해자의 형사책임이 따르는 범죄다. 동시에 요양시설은 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으로 자기방어 능력이 낮은 어르신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기관은 종사자의 폭언·폭행을 예방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며, 사건 발생 시 즉시 분리·신고·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SBS는 뉴스추적을 통해 요양원 내 노인 폭행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인 돌봄 시설 내 학대 건수는 매년 500~600건 수준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고령화로 요양시설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강도가 계속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요양원 요양보호사 배치 기준은 입소자 2.3명당 1명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전체 배치인원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것이어서, 실제 근무 현장에서는 주간·전역·야간 교대근무 구조에 따라 한 명 또는 소수의 요양보호사가 다수의 입소자를 동시에 돌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치매 어르신의 거부행동, 배회, 돌발행동, 신체수발이 겹치면 종사자의 스트레스와 기관의 관리 부담은 커진다.
다만 인력 부족이나 업무 강도가 폭행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돌봄의 어려움은 제도 개선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폭행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치매 어르신의 거부행동은 질병과 인지기능 저하의 결과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은 전문적 돌봄기술과 기관 차원의 지원체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도입과 돌봄 로봇 활용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노인 돌봄은 신체수발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 관계 형성, 치매 행동심리증상에 대한 이해가 함께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