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인학대 신고가 전년 대비 16.8%나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학대 조기 발견과 재발 방지를 위해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5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9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총 2만 6,57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실제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7,973건(30%)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한 수치다.
조사 결과 노인학대는 주로 밀폐된 가정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장소별로는 가정 내 학대가 7,076건으로 전체의 88.7%를 차지해 압도적이었으며, 생활시설(614건), 이용시설(87건)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가정 내 학대 사례는 전년보다 11.9% 증가해 여전히 사각지대가 넓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 행위자 유형에서도 큰 변화가 관측됐다. 과거 '아들'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최근 몇 년간 '배우자'에 의한 학대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배우자가 3,563건(39.4%)으로 가장 많았고 아들은 2,123건(23.5%)에 그쳤다. 학대 발생 가구 형태 역시 노인부부 가구(42.3%)가 자녀동거 가구(27.7%)를 웃돌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피해 노인의 연령대는 70대(42.3%)가 가장 많았고, 80대(26.4%), 60대(26.0%) 순이었다. 한편, 재학대 건수는 884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전체 학대 사례 중 비중은 소폭 감소했는데, 이는 'Safe-Zone 사업' 및 AI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 지원을 확대한 효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처럼 지속해서 증가하는 노인학대에 완강히 대응하기 위해 신고 체계를 촘촘하게 재정비하기로 했다. 우선 현행 18개인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직군에 의료기관 종사 간호조무사와 사회복지사를 추가 지정하도록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한다. 장기요양기관이나 요양병원 입소 시 본인과 보호자에게 노인학대 신고 앱인 '나비새김'을 필수로 설치하도록 안내해 조기 발견율도 높일 계획이다. 관련 처벌과 제재도 강화되어, 올해부터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학대 판정을 받은 장기요양기관은 평가 등급이 한 단계 강등되며 가산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사후관리가 적극 도입된다. 학대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가정을 대상으로 'AI 상담사'가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확대한다. 또한 가정 내에 ICT 비대면 모니터링 기기를 설치해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 경찰이나 소방서와 연계되는 긴급 대처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아불어 '학대 피해노인 보호프로그램'을 통해 피해노인과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 상담 체계도 마련된다.
은성호 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은 "노인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 AI·ICT 기반의 사후관리 체계 강화를 통해 어르신들이 안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과 종사자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