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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은 범죄경력조회·인권교육·월 1회 방문상담·즉시 해고·수사기관 신고까지 종합 판단해 방문요양기관 업무정지 3개월·개선명령 모두 취소했다.(이미지=AI) |
방문요양서비스 제공 중 요양보호사가 수급자를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관할 구청이 장기요양기관에 업무정지 3개월과 개선명령을 내렸으나, 법원이 이를 모두 취소했다.
대전지방법원은 2026년 4월 23일 방문요양·방문간호 장기요양기관 운영자가 대전광역시 서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가 2024년 7월 2일 원고에게 한 업무정지 3개월 처분과 개선명령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 현장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요양보호사의 노인학대 행위 자체는 중대하지만, 기관장이 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면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까지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 방문요양 중 발생한 반복 폭행
원고는 대전 서구에서 방문요양과 방문간호를 제공하는 장기요양기관이자 재가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피해 수급자는 아들 부부와 함께 거주하면서 원고 기관 소속 요양보호사로부터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받았다.
문제는 2023년 11월 드러났다. 피해자의 보호자들은 요양보호사가 수급자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는 취지로 기관에 연락했고, 관련 CCTV 영상을 제공했다. 기관장은 영상을 확인한 당일 해당 요양보호사를 해고하고, 경찰에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가해 요양보호사는 이후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은 2023년 11월 2일부터 11월 28일까지 총 31회에 걸쳐 피해자를 때려 노인복지법 위반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었다. 1심은 가해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항소심도 쌍방 항소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2024년 10월 확정됐다.
구청은 업무정지 3개월과 개선명령 처분
관할 구청은 요양보호사의 폭행 행위를 이유로 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했다. 당초 구청은 장기요양기관 업무정지 6개월 처분과 시설 개선명령을 사전 통지했다.
이후 청문을 거쳐 2024년 7월 2일 업무정지 3개월 처분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명령을 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행정소송으로 다투게 됐다.
법원의 핵심 판단, “면책 규정이 적용된다”
이 사건의 핵심 조항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6호다. 이 조항은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등이 수급자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경우 지정취소 또는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조항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장기요양기관의 장이 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면책 규정이다.
법원은 이 면책 규정에 주목했다. 요양보호사가 수급자를 폭행한 사실은 다툼이 없지만, 기관장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면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원고가 기관장으로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법원이 인정한 기관의 예방조치
법원이 중요하게 본 사정은 구체적이다.
첫째, 원고는 요양보호사를 채용하기 전 경찰청에 범죄경력 조회를 실시했고, 범죄경력이 없음을 확인한 뒤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둘째, 원고는 요양보호사에게 매년 4시간 이상 인권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노인인권 보호지침 등을 전송해 숙지하도록 했다.
셋째, 원고 소속 사회복지사는 관련 고시에 따라 매월 1회 피해자의 가정을 방문해 상담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요양보호사가 적정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확인·기록했고, 노인인권보호지침 숙지 여부도 재차 점검했다.
넷째, 보호자로부터 폭행 사실을 신고받은 직후 기관은 즉시 CCTV를 확인하고 가해 요양보호사를 해고했다. 또한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법원은 이 같은 조치 외에 기관장이 법률상 또는 조리상 추가로 했어야 할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행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가정 내 방문요양”이라는 특수성도 고려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방문요양의 장소적 특수성이다.
법원은 폭행이 발생한 장소가 장기요양기관 시설 내부가 아니라 수급자의 가정이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방문요양은 기관장이 실시간으로 현장을 감시하거나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피해자의 가정에는 보호자들이 설치·운영한 CCTV가 있었고, 가해자는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폭행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피해자와 함께 거주하며 언제든 신체 상태를 살피거나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던 보호자들조차 오랫동안 폭행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들어 기관장이 폭행을 미리 예견하거나 발견하지 못한 것을 탓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사회복지사가 방문상담 과정에서 수급자의 옷을 함부로 벗겨 신체를 확인하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인권침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방문요양기관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현장의 현실을 법원이 분명히 인정한 대목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판단도 존중
이 사건에서 대전광역시노인보호전문기관은 사례판정 회의를 거쳐 가해자의 행위를 신체적·정서적 학대로 판정했다. 다만 기관장에 대해서는 주의·감독 및 교육을 적절히 한 것으로 보았다.
법원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법령에 따라 설치된 전문기관이고, 노인학대 의심사례에 대한 현장조사와 사례판정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따라서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객관적으로 불합리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전문적 판단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 역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학대 행위자에 대한 판단과 기관의 관리책임에 대한 판단은 구별되어야 하며, 전문기관이 기관의 주의·감독을 인정했다면 행정청도 이를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읽힌다.
법원 “온라인 인권교육만으로 부족하다는 주장 받아들일 수 없다”
구청은 기관의 인권교육이 실효성이 부족했고, 시설장이 주관하는 집합 대면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관련 법령상 반드시 시설장이 직접 집합교육을 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인권교육기관 등이 진행하는 인터넷 교육을 통해 매년 4시간 이상 인권교육을 이수하면 된다고 보았다.
또한 장기요양기관장에게 법령과 무관하게 무한정한 인권교육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려면 법적 의무 위반이 구체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개선명령도 취소…“권고와 제재처분은 다르다”
이번 판결은 업무정지 처분뿐 아니라 개선명령도 취소했다.
구청은 사회복지사업법상 불법행위 또는 부당행위가 발견된 경우 시설 개선명령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개선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분에서도 원고에게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았다.
특히 법원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사례판정서에 “향후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보다 실질적인 교육이 행해질 수 있도록 권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더라도, 이는 법적 의무위반을 전제로 한 제재처분의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