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 추가배치가산제도 폐지를 둘러싼 소송에서 법원이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5월 22일, 노인요양시설 운영자들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은 2024년 12월 31일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개정 고시가 쟁점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기존 입소자 2.3명당 1명에서 2.1명당 1명으로 강화하면서, 그동안 운영되던 요양보호사 추가배치가산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고시를 개정했다.
원고들은 이 고시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이 설계됐고, 현재는 이미 많은 시설이 2.1:1 기준을 충족하거나 그보다 더 많은 요양보호사를 배치하고 있음에도 추가배치가산을 없애면 오히려 요양보호사 추가 채용 유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입소자들은 더 질 낮은 서비스를 받게 되고, 요양보호사들의 업무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법원은 이 사건 고시가 단순한 행정 내부 기준이 아니라 장기요양기관의 급여비용 지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규명령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다. 따라서 고시 자체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 장기요양기관 운영자들에게도 원고적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본안 판단에서는 고시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장기요양급여제도가 한정된 보험재정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기요양급여의 종류, 내용, 급여비용 산정은 정책적 판단과 재정 여건이 함께 고려되는 영역이므로 보건복지부에는 상당한 입법재량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법원은 보건복지부가 2020년경부터 연구용역, 장기요양위원회 및 실무위원회 논의, 공급자·가입자 단체 간담회 등을 거쳐 요양보호사 인력배치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고 보았다. 2022년 10월부터 2.3:1 기준을 적용하고, 2025년부터 2.1:1 기준으로 개선한다는 방향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공표된 정책이라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특히 법원은 추가배치가산제도의 성격을 “적정 인력배치기준 달성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 보았다. 기본 인력배치기준이 2.1:1로 강화되면, 과거처럼 낮은 기준에서 추가 배치를 유도하기 위한 가산제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2.1:1 기준 시행에 맞춰 기본수가가 인상됐고, 입소자 감소 등을 고려한 한시적 초과배치 가산도 마련된 점을 함께 고려했다.
원고들은 신뢰보호 원칙 위반도 주장했다. 갑작스럽게 추가배치가산이 폐지돼 시설 운영상 신뢰가 침해됐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2021년 이후 장기요양위원회 논의, 2023년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 2024년 간담회 등을 통해 해당 내용이 시설 운영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졌다고 보았다. 보건복지부가 추가배치가산제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공적 견해를 표명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평등원칙 위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고들은 주야간보호기관이나 단기보호기관과 달리 노인요양시설에 대해서만 추가배치가산을 폐지한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노인요양시설은 시설급여기관이고, 주야간보호·단기보호기관은 재가급여기관이라는 점, 대상 수급자의 상태와 급여 제공 방식, 기본 인력배치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들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 현장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법원은 장기요양기관 운영자들이 고시 자체를 다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는 장기요양급여 고시가 단순한 행정지침이 아니라 기관 운영과 급여비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규범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법원은 장기요양 수가와 인력배치기준의 설계는 보험재정, 서비스 질, 인력 수급, 제도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정책재량 영역이라고 보았다. 현장에서는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하고 싶어도 재정적 보상이 사라지면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법원은 그 판단을 사법부가 쉽게 뒤집을 수 있는 사안으로 보지는 않았다.
결국 이번 판결은 “추가 인력을 배치하면 더 보상받아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와 “기본 배치기준 자체를 강화했으므로 별도 가산은 조정할 수 있다”는 정부 정책 사이에서, 정부의 제도 설계 재량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판결이 현장의 어려움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 2.1:1 기준은 장기요양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향이지만, 시설 입장에서는 인력 채용난, 인건비 부담, 입소자 수 변동, 야간근무 운영 등 현실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추가배치가산 폐지 이후에도 실제 현장에서 서비스 질이 유지되는지, 요양보호사 업무 부담이 과도해지지 않는지, 수가 인상이 충분한 보상으로 작동하는지는 계속 점검해야 할 과제다.
장기요양기관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인력배치기준과 수가 고시의 변화를 단순한 행정 변경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관 운영 전략과 재무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2.1:1 기준 충족 여부, 입소자 수 변동에 따른 인력 운영, 한시적 초과배치 가산 적용 가능성, 요양보호사 근무표 관리 등을 보다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제도가 더 이상 “현장의 관행”만으로 운영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고시 하나가 기관의 수입 구조와 인력 운영을 바꾸고, 법원은 그 고시의 처분성까지 인정했다. 앞으로 장기요양기관은 수가 고시와 인력기준 변화를 경영 리스크의 핵심 항목으로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