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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요양기관은 이 판결과 별개로 배회 어르신에 대한 관찰기록, 위험공간 점검, 출입문 관리, 직원 간 인수인계, 혼자 근무하는 시간대의 업무분담 체계를 다시 살펴야 한다. 사고 예방은 여전히 기관의 기본 책임이다.(이미지=AI) |
치매 증상이 있는 요양원 입소 어르신이 베란다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요양보호사와 요양원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사고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이 추락을 구체적으로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2023년 1월 인천 강화군의 한 요양원에서 발생했다. 당시 71세 요양보호사 A씨는 주간 근무 중 동료가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입소자 16명을 돌보고 있었다. 치매를 앓던 83세 입소자 B씨는 생활공간과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 빈 방 쪽 베란다 앞을 서성였고, A씨는 이를 발견해 다시 데리고 온 상태였다.
그러나 A씨가 다른 입소자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 자리를 옮긴 사이 B씨는 약 2분 만에 다시 빈 방으로 이동했다. 이후 베란다로 나가 난간을 잡고, 바닥에서 59㎝ 높이의 턱을 밟고 올라선 뒤 1층으로 추락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 요양원 입소 닷새 만의 사고였다.
B씨는 입소 당시부터 치매로 인한 섬망 증세와 배회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찰기록에는 망상과 배회가 심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남아 있었고, 사고 전에도 자녀를 만나러 가야 한다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검찰은 요양보호사와 요양원 대표가 B씨의 상태와 위험성을 알면서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인천지방법원은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난 베란다 난간이 바닥에서 철제봉까지 131.5㎝ 높이였고, 이는 일반 성인이나 치매 어르신의 추락을 막기에 충분한 높이라고 보았다. B씨가 턱을 밟고 철제봉을 넘어 추락한 것은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고, 요양원 대표가 이를 미리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요양원이 입소자의 탈출을 막는 감호시설이나 교도소가 아니라 노인복지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이례적 행동을 전제로 시설을 통제하거나 감시할 의무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치매 어르신의 배회와 낙상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이를 막을 실질적 가능성이 있었는지가 엄격히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