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미지=AI) |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던 만 82세 어르신이 요양원 1층 침실 창문으로 화단에 떨어졌다. 지면에서 창턱까지 높이는 약 60cm였다. 사고 당일 어르신은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중이었고, 요양보호사는 바람을 쐬고 싶다는 요청에 창문을 열어 둔 채 격리 업무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어르신은 외상성 경막하출혈과 종골 골절로 두개골 천공술을 받았고, 요양병원을 옮겨 다니다 9개월 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시설의 배상책임보험사를 상대로 6,196만 원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7월 2,044만 원을 인용했다.
주목할 대목은 법원이 사망과 상해를 갈라 판단했다는 점이다. 사망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정됐다. 감정의는 만성 경막하혈종이 호전된 상태였다고 봤고, 고령에 코로나 감염과 잦은 수혈로 신체능력이 이미 떨어져 있었으며, 사망은 사고로부터 9개월 뒤였다. 그래서 장례비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상해에 대한 책임은 그대로 남았다. 시설은 입소 전 의무기록과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에서 '배회', '헛것이 보인다'는 기재를 이미 확인할 수 있었다. 법원은 충동적 행동의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여기서 시설이 가장 아프게 맞은 부분이 격리 항변이다. 법원은 격리를 위해 자리를 비워야 했더라도 가까이에서 관찰하거나, 창문에 추락방지 그물이나 안전보호망을 다는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못 지킬 상황이면 물건으로 막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설은 둘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발견 이후의 대응도 지적됐다. 요양보호사는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만 재고 안정을 취하게 했을 뿐 상급자 보고도, 보호자 연락도 하지 않았다. 이상을 알아챈 것은 한 시간 반 뒤였다.
계약서를 믿었던 부분도 무너졌다. 시설급여서비스 제공계약에는 '이용자 본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다쳤을 때는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보험사는 이를 들어 면책을 주장했다. 법원은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치매 어르신이 의도적으로 뛰어내렸다고 평가할 수 없고, 시설이 창문 보강도 하지 않은 채 혼자 두었으므로 중과실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치매 어르신을 모시는 시설에서 이 조항은 사실상 빈 조항인 셈이다.
법원은 어르신 본인의 과실과 고령·치매라는 사정을 참작해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책임비율이 절반으로 깎였다고 해서 시설의 부담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보상한도 1억 원의 배상책임보험이 있어 보험사가 지급했지만, 한도를 넘는 사고라면 그 차액은 고스란히 시설이 떠안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위험을 알고 있었다면 사람이든 시설이든 하나는 막아야 하고, 자리를 비워야 하는 사정은 면제 사유가 되지 못한다. 저층이라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60cm 창턱이 판결문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