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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이 인력배치기준을 관리할 때 계약서나 근무자 명단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탁물을 ‘전량 위탁’한다고 신고했다면 실제로 시설에서 발생하는 세탁물이 외부에서 처리되고 있는지, 요양보호사나 다른 직종 종사자가 근무시간 중 세탁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이미지=AI) |
요양원이 세탁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곧바로 ‘세탁물 전량 위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외부업체가 세탁물을 정기적으로 수거했더라도 시설 안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앞치마와 세안수건 등을 반복적으로 세탁했다면 위생원 인력배치기준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고등법원은 지난 8월 14일 장기요양기관 운영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공단이 이 기관에 한 환수처분은 2024년 8월 30일 7억5,235만2,600원과 같은 해 9월 2일 4,701만810원으로 모두 7억9,936만3,410원에 이른다. 이 사건에서는 위생원과 사무원 등의 인력배치기준 위반 여부가 함께 다뤄졌으며, 그 가운데 세탁물 처리 방식이 중요한 쟁점이 됐다.
노인요양시설은 원칙적으로 기준에 맞는 위생원을 배치해야 하지만 세탁물을 전량 위탁하여 처리하는 경우에는 위생원을 두지 않을 수 있다. 문제의 요양원도 외부 세탁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세탁물을 맡겼으며 별도로 시간제 위생원까지 고용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이 입소자들이 사용하는 식사용 앞치마와 세안수건 등을 근무시간 중 직접 세탁했다.
법원은 ‘세탁물을 전량 위탁하여 처리하는 경우’란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세탁물을 전부 외부에 위탁하여 처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세탁업무가 위생원이 아닌 요양보호사 등 다른 종사자의 정기적·일상적인 업무가 됐다면, 외부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 ‘전량 위탁’의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시간제 위생원을 두었다는 점도 면책 사유가 되지 않았다. 해당 위생원은 주 3일, 하루 3시간 정도 근무했고 외부 세탁업체는 주 2~3회 세탁물을 수거했다. 법원은 요양시설의 특성상 세탁물이 상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런 근무구조에서는 세탁업무가 요양보호사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 요양보호사들도 위생원이 고용된 이후 식사용 앞치마 등을 직접 세탁했다고 진술했다.
시설이 취할 수 있는 대안도 있었다. 법원은 여분의 앞치마와 세안수건을 확보하거나 전일제 위생원을 고용하고, 시간제 위생원의 근무시간을 조정하거나 외부 세탁업체의 수거 횟수를 늘리는 방법 등을 거론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요양보호사가 세탁업무에 동원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