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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낙상위험 높음’이라는 평가결과 하나만으로 모든 낙상을 시설의 과실로 돌릴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기능상태와 과거 낙상 이력, 법정 인력배치, 순회관리, 안전설비, 사고 후 대응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이미지=AI) |
낙상위험도 평가에서 ‘낙상위험 높음’ 판정을 받은 입소자가 침상에서 혼자 일어서다 넘어져 대퇴골 골절을 입고 이후 사망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요양원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입소자의 실제 신체기능과 이전 낙상 여부, 요양보호사 배치수준, 순회관리, 침상 안전조치, 사고 이후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8월 14일 요양원 운영자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변경하고, 2024년 9월 22일 발생한 낙상 및 사망과 관련해 요양원이 유족에게 지급할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족들이 제기한 반소도 모두 기각됐다. 유족들은 요양원 측에 각각 2,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었다.
망인은 요양원 생활실 침상에서 혼자 일어선 직후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넘어졌다. 사고 다음 날 체온이 37.5도로 확인되고 우측 골반 부위의 상처와 통증이 나타나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우측 대퇴골 경부 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후 인공 고관절 반치환술을 받았지만 입원치료 중 폐렴이 발견됐고 같은 해 10월 16일 패혈증으로 인한 심정지를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망인이 낙상위험도 평가에서 10점으로 ‘낙상위험 높음’ 판정을 받은 만큼 요양원이 혼자 기립하거나 보행하지 못하도록 보호·감독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평가점수만으로 1:1 밀착관리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지 않았다.
법원은 망인의 낙상점수 가운데 상당 부분이 80세 이상이라는 연령과 3개 이상의 약을 복용한다는 사정에서 발생했고, 세면대와 화장실 이용, 보조도구를 이용한 보행, 일어나 앉기와 옮겨 앉기 등 상당수 일상동작은 스스로 가능했던 점을 중요하게 봤다. 사고 이전 낙상 전력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요양원은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이 아니라 여러 입소자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노인요양시설이고, 법령이나 계약상 망인에게 1:1 전담관리 또는 이에 준하는 관리를 제공해야 할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이 요양원은 입소자 2.06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해 당시 법정 기준인 2.3명당 1명보다 많은 인력을 두고 있었고, 요양보호사들은 30분마다 생활실을 순회했다.
침상 안전바도 체결돼 있었다. 망인은 안전바가 미치지 않는 틈에 앉아 있다가 워커를 잡고 혼자 일어선 직후 넘어졌다. 법원은 망인이 평소 보조도구를 이용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고 침상 옆에는 호출벨도 설치돼 있었던 만큼, 요양원이 침상의 모든 틈을 막아 혼자 일어서는 것 자체를 방지했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고 이후 대응에서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요양원은 낙상사고 대응교육과 매뉴얼을 마련해 두었고, 사고 직후 망인이 통증을 호소하지 않고 바이탈에도 특이사항이 없자 야간근무자가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했다. 다음 날 통증과 상처가 확인되자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했다.
특히 의료감정에서는 대퇴부 골절 자체를 사망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법원은 입원과 수술, 폐렴 발생 사이의 시간적 간격 등을 종합해 요양원 측의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