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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에 배치된 위생원이 세탁보다 청소와 주변정리 업무를 주로 했다면 인력배치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위생원이라는 직종으로 신고했더라도 실제 수행한 업무가 무엇인지에 따라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8월 20일 노인요양시설 운영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공단이 2022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환수한 1억3,173만4,600원과 970만4,600원 등 모두 1억4,143만9,200원에 대한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쟁점은 위생원의 업무 범위였다. 현지조사 당시 한 위생원은 기관에서 청소만 했고 빨래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월 1~2회 정도 이불빨래를 했다고 확인했다. 다른 위생원도 청소와 택배관리, 주변정리, 이불빨래를 했으며 세탁에 소요된 시간은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라고 진술했다. 또 다른 직원은 건물 내·외부 청소와 분리수거 등을 전담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관련 법령의 문언과 개정과정 등을 종합하면 위생원의 업무는 ‘세탁업무를 주로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거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서 위생원을 ‘세탁부’로 규정했고, 명칭이 위생원으로 바뀐 뒤에도 세탁물을 전량 위탁하는 경우 위생원을 두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유지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위생원이 필요에 따라 배치하는 인력에서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정수 인력으로 바뀐 취지도 강조했다. 법원은 요양보호사가 수급자의 청소와 세탁까지 담당하던 부담을 줄이고, 요양보호사와 위생원의 업무영역을 구분해 요양보호사가 수급자에 대한 직접 서비스에 집중하도록 하려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라고 봤다. 따라서 위생원에게 청소 등 다른 업무를 맡길 수는 있지만 세탁이 주된 업무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지조사 당시 작성한 확인서를 나중에 뒤집는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직원은 항소심에서 조사 당시 압박감 때문에 조사원이 불러주는 대로 세탁시간을 적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조사원이 업무내용과 동선을 구체적으로 질문했고 직원도 이를 생각한 뒤 시간을 추정해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장조사에서 구체적인 위반사실을 인정한 확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거가치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가 됐다.
코로나19 당시 층별 이동이 제한돼 세탁업무를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웠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방역지침은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일반적인 내용이었을 뿐 시설 내 층간 이동을 전면 금지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세탁물을 수거해 한 곳에서 처리하거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층별로 세탁하는 것도 가능했다고 법원은 봤다.
2024년부터 일부 직종의 인력배치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직종의 인력추가배치 가산을 인정하도록 고시가 개정된 점 역시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법원은 개정 고시가 2024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고 소급적용 규정도 없으며, 종전 제도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반성적 고려에 따른 개정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며 시설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항소심은 위생원이 세탁을 주된 업무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법정 인력배치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근무표상 직종이나 근로계약서의 명칭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업무를 얼마나 수행했는지가 인력배치기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