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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우 한노협 홍보 및 협력, 제규정위원장 연세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
고령인구와 장기요양 수급자는 늘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입소자를 모시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2025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서도 ‘이용자 모집’은 기관이 느끼는 가장 큰 운영상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제는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용자 모집’
「2025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서 장기요양기관 1,991개소를 대상으로 운영상 어려움을 물었다. 이용자 모집이 어렵거나 매우 어렵다는 응답은 74.1%로 가장 높았다. 장기요양기관평가 70.4%, 인력채용 67.2%, 재정운영 58.4%가 뒤를 이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숫자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장기요양 이용자도 늘고, 시설의 입소자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기관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74.1%는 ‘공실률’이 아니다. 노인요양시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실 비율도 아니다. 장기요양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이용자 모집의 어려움을 물은 결과다. 따라서 이 수치를 두고 ‘요양원의 74.1%가 공실 상태’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작 공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이용자 모집이 기관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실제 노인요양시설은 얼마나 차 있고, 얼마나 비어 있는가. 이번 실태조사만으로는 지역별·시설별 공실률과 가동률의 실태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용자 모집의 어려움은 확인되지만 그것이 실제 공실과 어느 정도 연결되는지, 어느 지역과 어떤 규모의 시설에서 문제가 더 큰지는 별도의 자료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공실은 단순히 빈 침대 몇 개의 문제가 아니다. 입소자가 줄어든다고 건물과 시설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시설과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장기요양기관의 특성상 가동률의 하락은 경영과 서비스 제공 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재정운영이 어렵거나 매우 어렵다는 기관이 58.4%, 인력채용이 어렵다는 기관이 67.2%였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이용자의 선택도 달라지고 있다
공실 문제를 단순히 ‘시설이 너무 많다’는 말로 설명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이용자가 시설을 선택하는 기준도 함께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시설급여 이용자가 기관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한 것은 물리적 환경으로 35.6%였다. 비용은 16.2%, 인력수준은 13.8%, 거리는 12.3%였다.
시설서비스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물었을 때도 이용자와 가족 모두 ‘편안하고 익숙한 시설환경’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현재 시설급여 이용자의 침실은 4인실이 59.1%였고 1인실은 3.5%에 불과했다. 이 결과만으로 1인실 수요가 부족하다거나 다인실 때문에 공실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용자의 선택에서 시설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살펴볼 부분이다. 결국 앞으로의 장기요양 공급 문제는 시설의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지역에 따라 공급과 수요가 다를 수 있고, 시설의 환경과 서비스에 따라 이용자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실률도 장기요양의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
이제는 장기요양시설이 몇 개인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지역별 시설 정원과 현원, 평균 가동률, 공실률, 공실 지속기간, 시설 규모별 가동률 정도는 지속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급이 정말 부족한 지역과 이미 경쟁이 심한 지역을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신규 공급을 검토할 때도 단순한 고령인구 증가만이 아니라 지역의 장기요양 인정자 수, 기존 시설의 정원과 현원, 실제 가동률, 향후 수요 변화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령사회라는 이유만으로 시설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제해서도 안 된다. 반대로 일부 지역의 공실을 근거로 전국적으로 시설이 과잉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현재 자료만으로는 그렇게 판단하기 어렵다. 정확한 통계가 먼저다.
좋은 기관이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2025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서 기관의 74.1%가 이용자 모집을 어렵다고 답했다는 것은 현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신호다. 이제 이 숫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실제 시설은 얼마나 차 있고 얼마나 비어 있는지, 공실이 어느 지역에 집중되는지, 이용자는 왜 특정 시설을 선택하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공실을 개별 기관의 영업 능력만으로 바라봐서는 장기요양 공급체계의 변화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동시에 모든 공실을 제도의 문제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자료다. 그리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수급과 시설환경, 이용자의 선택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좋은 돌봄을 이야기하려면 좋은 기관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이용자 모집이 어렵다는 74.1%라는 숫자가 그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수치 출처: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5년 장기요양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