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급여 특성상 취약 수급자 대상 정기 확인·경제적 학대 조기발견 체계 필요
 |
| 이미지=AI |
방문요양을 제공하던 요양보호사가 인지기능이 저하된 수급자의 계좌에서 거액을 출금하고 대출까지 받는 경제적 학대를 저지른 사건에서, 법원이 장기요양기관에 내려진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구고등법원은 지난 8월 21일 경주의 한 장기요양기관 운영자 A씨가 경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1심에 이어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이 유지됐다.
사건은 요양보호사 D씨가 수급자 E씨 명의 계좌에서 1억5천만원을 출금하고, 7천만원을 대출받았으며, 9건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경상북도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를 경제적 학대로 판정했고, 경주시는 2025년 1월 기관에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기관 측은 노인학대 예방교육과 인권교육을 실시했고 월례회의와 온라인 밴드를 통해 관련 자료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며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센터와 계약한 이후 약 10개월 동안 경제적 학대가 이어졌음에도 기관이 이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특히 방문요양은 요양보호사가 수급자의 자택에서 단독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설급여보다 학대행위를 발견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는 만큼, 기관이 그 위험에 맞는 별도의 관리체계를 갖췄어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사회복지사를 기준 이상으로 추가 배치했다는 사실 역시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추가 배치된 사회복지사가 수급자를 대상으로 학대 피해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등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인력 추가배치 자체만으로 충분한 감독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 기관이 보호자들에게 경제적 학대 여부를 확인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보호자가 없는 취약 수급자를 직접 방문해 피해 여부를 확인한 점도 주목됐다. 법원은 이러한 조치를 사전에 시행했다면 피해를 조기에 발견해 추가 피해를 막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장기요양 5등급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돼 있었고 실질적으로 연락 가능한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기관의 감독 책임을 강화하는 요소로 판단됐다. 법원은 이러한 수급자에게는 일반적인 관리 수준을 넘어 보다 강화된 보호·감독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관이 피해사실을 알게 된 즉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는 주장도 처분 감경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장기요양기관의 장은 법령상 노인학대 신고의무자이므로 의무에 따른 신고를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별도의 공익신고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재가장기요양기관의 노인학대 예방이 연 1회 교육이나 서약서 작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인지저하, 독거, 보호자 부재, 특정 요양보호사 지정 등 위험요인이 있는 수급자라면 사회복지사의 정기 방문과 보호자 확인, 금전거래 여부 점검 등 실제 피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