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위험 평가하고도 실제 보호조치로 연결하지 못한 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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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의 낙상위험 평가가 단순한 서류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고위험 판정 이후 어떤 직원이, 어느 장소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르신을 보호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인 조치로 연결되지 않으면 사고 발생 시 기관 운영자의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미지=AI) |
낙상위험도가 높은 84세 어르신이 주야간보호센터 현관에서 혼자 신발을 벗다가 뒤로 넘어져 머리를 다친 뒤 약 6개월 만에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센터 실질 운영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해 금고 10개월을 선고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7월 22일 노인장기요양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입소자의 건강관리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한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10개월을 선고했다.
사고는 2021년 4월 9일 오전 8시 30분께 센터 현관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는 당시 84세 여성으로, 센터가 실시한 낙상위험도 평가에서도 고위험군에 해당했다. 방향감각 장애가 있었고 과거 낙상 경험이 있었으며, 일상적인 활동에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기립성 빈혈 등 혈액순환 장애가 있었고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약물을 포함해 3종 이상의 약도 복용하고 있었다.
센터 측은 이러한 위험요인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 피해자 가까이에 거동을 보조할 직원은 없었다. 피해자는 워커에 의지해 센터에 들어온 뒤 혼자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으려다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머리가 현관의 단단한 바닥에 부딪혔고,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의 중상을 입었다. 이후 치료를 계속했지만 같은 해 10월 17일 병원에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법원은 낙상위험이 높은 수급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워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센터 운영자에게는 어르신의 특성과 상태를 고려해 출입 과정에서 근거리에서 보조할 직원을 배치하고, 현관 바닥에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는 매트를 설치하거나 미끄럽지 않은 바닥재를 사용하는 등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넘어질 경우 머리 등이 주변 구조물이나 바닥에 부딪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설비까지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기관이 낙상위험도 평가를 통해 위험성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평가표상 ‘고위험’으로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가 실제 직원 배치와 이동보조 방법, 환경개선으로 이어졌어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노인요양기관을 운영하면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고령의 피해자가 시설 내에서 넘어져 단단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해 결과가 중하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봤다. A씨가 현재까지 소재불명인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다만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