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예견할 징후 없고 창문·인력배치도 법정기준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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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요양원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시설의 민사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 전 위험징후가 있었는지, 시설이 이를 인지할 수 있었는지, 법정 시설·인력기준을 준수했는지, 그리고 사고를 현실적으로 예방할 수 있었는지가 책임 판단의 핵심이라는 의미다.(이미지=AI) |
요양원 입소자가 3층 침실과 연결된 발코니 창문 밖으로 추락해 사망했지만, 사고를 미리 예견하기 어려웠고 시설과 인력배치도 법정기준을 충족했다면 요양원 운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9월 3일 사망한 입소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요양원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유족들은 배우자에게 8000만원, 두 자녀에게 각각 4000만원 등 총 1억6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사고는 2025년 1월 12일 오후 발생했다. 요양원 3층에서 생활하던 입소자는 침실과 연결된 발코니 창문 밖으로 추락했고, 직원이 오후 3시48분께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같은 날 오후 4시51분 사망했다.
유족들은 요양원이 발코니 출입문과 창문에 잠금장치나 창살, 경보장치 등을 설치하고 입소자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확인했어야 한다며 시설 측의 보호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고 이전 입소자에게 특별한 위험징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입소자는 치매와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건강상태는 대체로 양호했고, 사고 전까지 문제행동이나 낙상·섬망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다른 입소자를 달래주는 등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활했다. 가족이 면회 당시 “답답하다, 탈출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이를 요양원 측에 전달했다는 자료도 없었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시설 측이 입소자가 발코니 창문을 통해 추락할 위험을 사전에 예상하고 특별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창문 자체에도 법령상 하자가 없다고 봤다. 노인의료복지시설 기준은 침실에 일정 면적 이상의 개폐 가능한 창문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해당 발코니 창문도 기준에 부합했다. 요양시설 창문에 창살이나 개방을 막는 안전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었다.
오히려 법원은 창문을 임의로 폐쇄할 경우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 대피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사고 창문은 바닥에서 약 125㎝ 높이에 있었고 아래에는 밟고 올라설 의자나 협탁도 없었다. 법원은 발이 불편한 고령자가 팔 힘으로 창틀을 짚고 올라가 밖으로 추락할 것까지 시설 측이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인력배치 역시 책임을 인정할 근거가 되지 못했다. 사고 당시 입소자는 90명, 요양보호사는 45명으로 법정 배치기준을 충족하고 있었다. 요양보호사 1명이 입소자 1명을 계속 전담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잠시 혼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추락 후 발견까지 1시간 이상이 소요된 점에 대해서도 법원은 그 자체로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경찰과 검찰 역시 입소자의 행동을 사전에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등의 이유로 운영자에 대해 불송치 및 혐의없음 처분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