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간호사·매뉴얼·교육 있어도 심야에 실제 작동하지 않았다면 감독책임 못 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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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의 업무분장이 서류와 교육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료행위와 요양보호사 업무의 경계를 정하고 매뉴얼을 비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야간과 휴일 등 실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에도 전문인력에게 즉시 연결되고, 직원이 그 절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이미지=AI) |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의 업무분장이 서류와 교육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료행위와 요양보호사 업무의 경계를 정하고 매뉴얼을 비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야간과 휴일 등 실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에도 전문인력에게 즉시 연결되고, 직원이 그 절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이미지=AI)
요양원에서 빠진 비위관을 요양보호사들이 의료진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직접 다시 삽입하고, 위치 확인 없이 경관식이를 주입한 뒤 입소자가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요양보호사와 센터 운영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항소심 역시 전문간호사 시스템과 교육·매뉴얼이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운영자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2023년 6월 발생했다. 치매와 당뇨를 앓던 입소자는 연하장애로 비위관을 삽입해 경관식이를 하고 있었다.
6월 2일 밤 11시33분께 비위관이 빠진 사실이 확인됐고, 이튿날 새벽 1시30분께 요양보호사들이 의료진에게 보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위관을 직접 다시 삽입했다. 이어 오전 5시께 관이 위에 정상적으로 위치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경관식이를 주입했다.
입소자는 이후 호흡곤란을 보이며 산소포화도가 75∼81%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병원 검사에서는 양측 폐의 흡인성 폐렴이 확인됐고,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달 21일 사망했다.
1심 법원은 비위관 삽입을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관찰이 필요한 침습적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비위관이 잘못 삽입될 경우 기도나 기관지로 들어가 폐렴이나 기흉 등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삽입 후에는 관이 정상적인 위치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요양보호사들이 의료진에게 보고하지 않고 직접 비위관을 삽입한 행위를 허용되지 않는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센터 운영자에게도 사용자책임이 인정됐다. 1심은 운영자가 요양보호사들의 선임과 업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망인의 치매와 당뇨 등 기존 질환이 사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을 75%로 제한했다. 최종 배상액은 원고 2명에게 각각 5846만7598원으로, 합계 1억1693만5196원이었다.
항소심에서는 센터 운영자의 관리·감독 책임이 더욱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운영자는 전문적인 의료처치가 필요한 경우 협력 가정간호센터의 간호사가 방문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운영했고, 비위관 관리 매뉴얼에도 비위관이 빠지면 담당 간호사에게 연락하도록 정해놓았다고 주장했다.
매월 응급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노인인권보호와 학대예방교육, 요양보호사 윤리지침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이러한 시스템과 교육이 실제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러한 제도가 표면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실제 사고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특히 비위관이 빠진 시간이 심야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원은 야간에 비위관이 빠졌을 때 요양보호사들이 즉시 간호사에게 연락하지 않고 직접 비위관을 삽입한 것은 심야에도 전문간호사의 처치를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요양보호사들이 입소자를 해치려는 의도로 비위관을 삽입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법원은 심야에도 전문간호사에게 즉시 연락해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면 요양보호사들이 직접 비위관 삽입에 나설 특별한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운영자가 사무감독상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