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음식 잘게 잘라 제공하고 안전하게 삼키는지 지켜볼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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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AI |
요양원에서 음식물을 잘게 잘라 제공해야 하는 입소자에게 자르지 않은 고기산적을 배식한 뒤 가위를 가지러 자리를 비운 사이 입소자가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사망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요양보호사의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1심의 금고형을 벌금 700만원으로 낮췄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8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요양보호사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2025년 5월 발생했다. 피해자는 75세 여성으로 뇌출혈 후유증에 따른 우측 편마비가 있었고 잔존 치아도 적었다. 입소 당시 가족은 반찬을 잘게 잘라 제공해야 한다고 요양원에 알렸고, 이 내용은 급여제공계획서에도 기록돼 있었다.
A씨 역시 매일 아침 조회를 통해 피해자에게 음식을 잘게 잘라 제공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아 이를 알고 있었다. 피해자는 평소 음식에 욕심을 내고 허겁지겁 먹는 습관도 있었다.
가위 가지러 간 4분 사이 사고 발생
사고 당일 A씨는 오전 7시30분께 피해자에게 아침 식사를 배식했다. 그러나 고기산적 등 반찬은 잘게 잘리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이를 확인한 뒤 가위를 가지러 호실을 잠시 나갔다. 약 4분 뒤 다시 돌아왔지만 그 사이 피해자는 혼자 고기산적을 먹다가 고기 조각에 기도가 막혔다.
피해자는 같은 날 오전 8시3분께 119구조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고, 이틀 뒤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법원 음식 제공만으로 돌봄 끝나는 것 아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편마비와 적은 잔존치아, 급하게 음식을 먹는 습관 등을 고려하면 고기와 같은 음식이 잘게 잘리지 않은 상태로 제공될 경우 기도가 막힐 위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는 음식을 제공하기 전에 잘게 잘라야 하고, 부득이하게 먼저 배식했다면 입소자가 먹기 전에 음식을 잘게 자르는 것은 물론 실제로 씹어 안전하게 삼키는 모습까지 지켜볼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봤다. 1심은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유죄 판단은 유지, 형만 낮춰
항소심도 A씨의 과실과 업무상과실치사죄 자체는 그대로 인정했다. 다만 형의 정도에서는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음식을 자르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고 봤다. 반찬이 잘라져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뒤 가위를 가지러 자리를 비웠고 약 4분 만에 다시 돌아왔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 짧은 시간 사이 피해자가 스스로 음식을 먹다가 사고가 발생한 만큼 A씨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금고형 유지되면 요양보호사 자격취소
항소심이 형을 낮추는 데에는 요양보호사 자격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은 금고형으로 처벌받을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자격이 취소돼 A씨가 더 이상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없게 되는 점을 고려했다.
A씨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에 비춰 이러한 결과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항소심에서 피해자를 위해 500만원을 형사공탁한 점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도 참작됐다.
다만 피해자 유족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어 공탁은 제한적인 양형사유로만 고려됐다. 결국 항소심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급여제공계획서가 실제 돌봄으로 이어져야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에서 식사보조가 단순히 음식을 가져다주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편마비, 저작능력 저하, 연하곤란, 급하게 먹는 습관 등 질식 위험요인이 확인돼 있다면 음식의 크기와 형태를 조절하고 실제 섭취 과정까지 관찰하는 것이 돌봄의 일부가 된다.
무엇보다 가족이 제공한 정보와 욕구사정, 급여제공계획서에 질식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제공방법이 기록돼 있다면 현장의 요양보호사가 그 내용을 실제 서비스에 반영해야 한다.
기록만 있고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는다면 사고 발생 시 오히려 기관과 종사자가 위험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