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확인 후 119 요청했지만 보호자가 경과관찰 선택…이송지연 책임도 부정
 |
| 입소자의 신체상태와 과거 낙상 여부, 자립 정도, 사고 당시 증상, 직원 배치와 교육, 사고 후 보호자 연락과 응급대응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해 실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이미지=AI) |
요양원 입소자가 혼자 워커를 이용해 화장실을 나오다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된 사고에 대해 법원이 요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지난 8월 27일 요양원 운영자가 입소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사고와 관련한 요양원의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반소도 모두 기각했다.
사고는 2024년 6월 17일 오후 7시22분께 발생했다.
장기요양 4등급이었던 어르신은 고혈압과 치매, 우울증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식사와 세수, 양치질, 체위변경은 스스로 가능했고 일부 일상생활에서만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어르신은 워커를 이용해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바닥에 넘어졌다. 요양보호사는 약 8분 뒤 화장실 앞에 주저앉아 있던 어르신을 발견해 침상으로 옮겼다.
“1대1 밀착관리까지 요구할 수 없어”
유족 측은 고령이고 치매가 있는 입소자를 혼자 걷게 한 것 자체가 요양원의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요양원이 요양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은 아니며, 입소자에게 적절한 수준의 요양과 보호조치를 제공할 의무는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매시간 한 명의 입소자 옆에서 모든 행동을 계속 관찰해야 하는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고 전까지 해당 어르신에게 낙상사고가 발생했거나 특별히 밀착관리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기록도 없었다. 사고 당시에도 워커를 이용해 스스로 보행할 수 있었고, 법원은 요양원의 인력배치와 낙상예방·응급대응 교육에도 관련 기준을 위반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다.
119 요청했지만 가족이 “아침까지 지켜보자”
병원이송이 다음 날 이뤄진 점도 쟁점이 됐다. 사고 직후에는 어르신이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고 특별한 외상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8시30분께 다리 통증을 호소하자 요양원은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20시42분께 119에 응급이송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호자 측에서 생명에 지장이 없고 다리만 아픈 상태라면 다음 날 아침까지 지켜보자는 취지로 말해 119 요청이 취소됐다. 다음 날 오전 다리에 부종과 열감이 나타나고 통증이 지속되자 요양원은 오전 10시20분 병원으로 이송했다. 어르신은 좌측 대퇴골 전자간 골절 진단을 받고 이튿날 수술을 받았다.
법원은 이러한 과정에서 요양원이 응급조치나 병원이송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르신은 약 5개월 뒤 심부전으로 사망했지만, 법원은 낙상사고와 이후 사망을 근거로 요양원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요양원의 보호의무가 무제한적인 결과책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